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며, 내면의 혼란스러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이다(조수철, 남민, 1994). 또한, 청소년기는 미성숙하고 불안정하여, 정신 건강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과도적 시기이다(신민섭, 박광배, 오경자, 1991).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에서의 부적응과 자살, 문제행동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의 정서장애와 높은 연관이 있고, 본인과 사회가 일생 동안 휴우증을 겪기도 한다(이정선, 이형실, 2012). 청소년에서의 우울증은 생활 전반에 걸쳐 예민함이나 짜증 등으로 나타나고, 기분의 변화가 매우 심한 특징이 있고, 다양한 정신과적인 문제로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적응에 상당한 문제를 가져온다(김동영, 박기정, 김효원, 2015). 내담자의 심리적 요인 외에 가족관계, 또래관계 및 학교생활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청소년 우울에 영향를 미칠 수 있고, 그 가운데 가족 구성원 특히 어머니의 정신건강문제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김진아, 이형실, 2011). 본 사례의 내담자는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모와 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성현과 강경미, 곽영숙(1998)은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를 둔 자녀들이 다양한 정신병리를 보이며 대조군에 비해 사회적 심리적 부적응 행동에 빈도가 높았다고 한다. 또한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의 자녀들은 사회적 위축, 신체 증상, 우울/불안 등의 내재화 문제가 있으며 이는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가 자신의 정신병리로 인하여 자녀들의 정서적 요구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이성헌, 강경미, 곽영숙, 1998). 따라서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에 대한 연구와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청소년기 학생에 대한 학교 및 상담기관의 교육적 역할과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본 사례연구는 조현병 모를 둔 여고생의 정서 치료 45회기의 모래놀이상담을 통해 정서적 변화과정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모래놀이치료는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모래로 채워진 상자에 내담자의 마음을 다양한 소품들로 표현해보는 정서적 상담기법이다(Kalff, 1991).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치료자와 내담자의 사이가 “모자일체성”과 같이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면 내담자의 자기 치유력이 스스로 활성화 되어 스스로 치유되어 간다(Kawai, 2000). 내담자가 마음껏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 볼 수 있다(우희정, 2010).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모자일체성” 만큼의 치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용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모래놀이상담의 특징이다(Kalff, 1991). 이러한 치료적 경험을 통해 내담자의 내면의 세계와 외부의 현실 세계가 연결되고, 정서적 치유와 생활의 안정을 통해 내담자는 내면과 외부의 삶을 통합할 수 있다(Friedman, & Mitchell, 2008).
이부영과 권택술(1986)은 정신과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하여 환자의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치료적인 면에서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하였고, Sachs(1990)도 모래놀이치료가 정신질환이 있는 아동과 성인 환자의 치료에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김인옥과 이경하(2012)는 여중생의 모래놀이치료에서 비언어적인 표현에 변화가 나타나고 우울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모래놀이 치료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요구받지 않으며,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치료자는 이를 수용하고 지지해주며 내담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Maree와 Ebers¨ hn, de Villiers(2014)는 이러한 모래놀이의 장점이 우울증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의 정서적 결핍에 의하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여고생의 모래놀이상담을 통해 조현병 가족 청소년의 정서치료 과정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방 법
본 사례연구의 내담자는 의뢰 당시 고등학교 2학년(만18세)에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 학교 상담 교사에 의해 의뢰되었다. 학교 상담 교사는 내담자가 학교생활에서 의견표현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높은 수준의 긴장과 불안, 느린 행동, 며칠씩 씻지 않아 불결한 위생 상태를 보이며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많다고 하였다. 또한, 내담자가 자살 및 자해 충동성을 보여 학교 밖 전문적인 상담센터에서의 상담이 필요하다며 의뢰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고 현재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가정에서 약 복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학교에서 점심 후 상담 교사가 약을 챙겨주는 상황이었다. 내담자의 첫인상은 보통 키에 마르고, 대충 묶은 단발머리에 청결하지 못한 모습으로 기운이 없어 보여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함께 내원한 어머니도 기운 없는 모습에 추운 날씨임에도 계절에 맞지 않는 얇은 복장으로 불안해 보이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손과 머리를 조금씩 떠는 모습을 보였다. 내담자는 상담초기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였고, 약속된 날짜에 상담실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담자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으나 방에서 나오지 않아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담실에 내원하여도 치료실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과를 먹는 등 모래놀이 사전접근이 필요했다.
어머니와 내담자의 보고에 의하면 내담자는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내담자의 언니는 현재 23세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해 및 자살 시도의 경험이 있다. 어머니는 현재 조현병 진단을 받고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윗집에서 일부러 괴롭히려고 소음을 낸다고 하여 심한 다툼이 있었고 경찰이 출동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내담자의 아버지는 내담자가 정신과 진료 시 동행하며 내담자에게 애정과 관심을 보이면서도 화가 나면 폭언과 질타 및 거칠게 대하는 등 양육 태도에 일관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내담자의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고 있어 자녀들을 양육하고 돌보는 데 있어 일반적인 다른 가정에 비해 적절한 모성의 경험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 과
내담자가 학교에 다녀왔다. 팬더가 상자 틀에서 모래 상자 안쪽을 바라본다. 모래 상자 안에는 모래 위에 좌우로 대나무가 그려져 있고, 좌우 하늘에는 태양이 있고, 그 우측으로 구름이 있다. 내담자 앞쪽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팬더를 모래로 만든다.
“팬더는 누구한테도 혼나지 않으며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도 없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잘 살 수 있는 동물이다. 항상 우울 해지는 것이 싫어서 약을 먹는다.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고 약을 먹지 않았을 때와 차이가 있다”. 첫 회기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모래 작업을 시도한다. 마른 모래가 아닌 젖은 모래에 섬세하게 잘 표현한다.
“유럽의 동물원에 가서 세계 각국의 동물을 둘러본다. 공작새는 희귀해서 새 중에서 첫 번째로 보고 싶었고, 백조는 연인 사이로 암컷을 졸졸 따라다닌다. 미어캣 엄마와 아빠가 싸워서 서로 모른 척하고 있어 새끼는 어려워한다. 새는 쉬려고 한다. 캥거루 부부는 암컷이 새끼가 있어서 수컷이 지켜주고 백조는 엄마가 죽어서 아들이 아빠를 위로하고 있다. 흰 말은 성격에 맞는 말이 없어서 혼자 걷고 있다. 머리를 감는데 1시간, 목욕까지 하면 2시간이 걸린다. 학교 상담 선생님이 점심 먹고 약 먹고 양치하라고 하였다”. 학교 선생님이 내담자에게 씻으라고 했다는 말을 하며 감정이 건들여진 것처럼 표현하고 조금씩 현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2달 만에 상담실에 내원했다. 모래를 25분 동안 다독이며 언덕을 만든다.
“소녀가 지금까지 살아보니 행복한 일이 별로 없었다. 짜증 나고 화나고 우울한 날이 더 많았다. 사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자기 혼자 지옥 속으로 가고 있다. 막상 지옥에 가니까 마음이 착잡하다. 학교 상담 선생님과 상담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나는 사람의 말투에 예민한 편인 것 같다”. 내담자가 처한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담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지 궁금하다.
“방학에 여행 가고 싶어서 꾸몄다. 나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토끼이다. 친구들과 여행 왔다. 여행 왔으면 예쁜 화장대 보는 것이 소원이다. 공기 좋은 곳에 오니 새들이 많다. 학교 동아리 시간에 기타를 쳤다. 기타를 배우면서 ‘나도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긴다. 학교 동아리 축제 때 연주할 것이다”. 초등 저학년 소녀들이 만드는 모래 놀이 작품처럼 유아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화장대 등 소녀스러움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예전에 비해 좀 더 활발하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왔는데 선생님은 잠시 다른 곳을 둘러보고 있다. 물고기는 이리저리 이동 중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00대학교 진로박람회에 갈 것이다. 00대학교 시각디자인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 실기가 70%이다. 그래서 실습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고 방학 때도 연습할 것이다. 대학 졸업 후에 화장품 관련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주말마다 봉사하러 간다. 어색하고 낯설지만 하게 되었다. 졸업 후에 화장품 회사에서 화장품 용기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싶다. 친구들이 나와 친해지려고 말을 거는데 오히려 불편하고 부담된다”.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교와 졸업 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늘 현실에 갇힌 듯이 집에서 나오지 않던 내담자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느낌이다. 좀 더 현실감 있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카페는 포근한 분위기와 달콤한 냄새로 인해 행복한 분위기이다. 소녀들이 학교 끝나고 왔다. 오른쪽은 카페의 다른 공간이고 동물들이 있다. 학교에서 약을 잘 먹고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가끔 장난하듯 하는 말이 요즘은 놀리는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불편하지만 참고 있다”. 또래들의 말과 행동, 표정에 쉽게 상처받으며 위축되었던 모습에서 조금은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친구들의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며 왜곡시키지 않으려는 태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대인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피곤해서 지금 꿈나라로 가서 자고 있고,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 옆에 인형들을 놓았다. 여기는 누구나 올 수 있으며 즐겁고 환하고 기분 좋게 잘 수 있는 곳이다. 푹 잤다고 느껴지면 깰 것이다. 유치원을 1년 더 다녔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어릴 때 먹기만 하면 토해서 1주일 정도 입원하기도 했다. 요즘 학교 과제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잤다. 00대학교 진로박람회에 가서 복사해간 생활기록부를 잃어버려서 상실감이 많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 혼자 도전하는 마음으로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타는 바람에 길을 잃어버려 3시간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생활기록부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묻혀 있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3시간의 긴 여정을 거쳐 귀가하는 모습에 사회를 향한 용기가 많이 생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내담자는 조현병이 있는 모를 두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으로서 총 45회의 상담 중 28회기의 모래작품을 만들었다. 내담자는 초반에는 소품을 상자의 틀에 놓으면서 안전하게 주어진 상자를 활용하지 못하여 acting out을 염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틀에 놓았어도 소품의 방향이 모래 상자를 향해 있어 조금은 안심하게 되었다. 모래 상자에 새를 놓고 상자에 그 새를 모래로 표현한다거나 팬더가 살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한다. 내담자의 모래 작업 과정의 특징은 모래 접촉이 많고 섬세하며 젖은 모래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내담자는 중심을 잡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정신의 세계를 펼쳐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듯하다. 1회기에 “하늘을 나는 새인데 극복해야 된다.”는 내담자의 표현처럼 깊은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다. 2회기에 팬더를 모래 상자 틀 위에 놓고 팬더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양육하며 먹이듯이 보살피는 모습이다. 내담자에게 부족했을 수도 있는 모성적인 측면을 모래상자속에서 체험해 나가면서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3회기에 중앙에 케익을 놓으면서 자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새, 팬더, 케잌에 이어 4회기에선 여자가 나왔다. 상자 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물이 나올 수 있어 내담자가 힘이 아예 없는 친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미녀와 야수의 ‘벨’이다. 벨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야수적인 측면을 왕자로 만들어 가는 모습처럼 내담자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동화의 인물이지만 인물이 나온다. 모래 상자 안에도 그려지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벨을 표현한다. 내담자는 감정이 둔마되어 있는 상태인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내담자의 억눌려 있던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듯이 느껴진다. 5회기 오페라 하우스를 표현한다. 건축미가 있고, 인간의 정동을 울리는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이다. 4회기의 노래를 부르는 벨이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6회기는 4회기의 벨처럼 환타지 인물이 아닌 일반 인물이 나오고 극장이 나았다. 내담자는 안에 있는 아이인데 극장이라는 대중화된 공간으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지금은 아니어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대중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하는 싸인을 보내는 것 같다. 7회기 백조는 돌보는 백조다. 아버지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장소를 알아보더니 8회기는 물개가 새로운 장소로 가야 한다고 한다. 자기는 자기의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새로운 곳으로 가서 개척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돌보는 것이 아니라내가 스스로 해야되는 것이다. 내담자의 모처럼 조현병으로 간다면 무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내가 홀로서기를 함으로써 ego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9회기 디저트를 먹으며 모래 상자에 케익을 만든다. 케익의 모양이 눈과 코가 되고 손도장을 찍어 머리를 표현한다. 자기상처럼 나타났다. 10회기부터 자기만의 환타지가 펼쳐진다. 환타지는 어린아이가 퇴행하여 성장할 수 있는 관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환타지를 펼치기 시작하는 10회기부터 내담자가 상자 속에 확실하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내가 즐기고, 놀고 여행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점점 진행하면서 그 자리에 내가 있다. 9회기까지 소품 하나만을 상자의 틀에 올려놓으며 모래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내담자의 내적인 힘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언제쯤 긴장감과 경계가 풀릴까? 싶었는데 10회기 작품에서는 많은 양의 소품으로 여성스러운 감정을 잘 표현한다. 유니콘은 내담자에게 어떤 존재 일가? 남성적인 면도 있고 여성적인 면도 있는데, 임상현장에서는 주로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경험으로 보아 아마도 내담자가 보통의 청소년의 모습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10회기부터 상자에 내담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내담자가 마음을 열어서 상담자와의 사이에서 조금 더 편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피규어가 모래 상자 속으로 들어왔다. 조금 밝은 느낌이다. 점점 안심해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11회기에는 꽃이 피어있는 밝은 공원을 거닐 듯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내면의 감정이 풍부해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명절을 가족과 지낸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여성스럽고 화려한 꽃들이 많다. 하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지고 있다. 상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나 서로 어울림은 아직 부족하고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어딘가에 약한 부분을 계속 갖고 있는 듯하다. 12회기에는 유럽에 여행 가고 싶은 희망과 꿈을 상자에 표현한다. 13회기에는 독립해서 살고 싶은 집을 이야기하며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운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은 소망을 표현한다. 14회기에는 현실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소망을 표현하며 남극 여행을 나눈다. 정신의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다. 15회기는 여행을 하며 각 나라의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여행하며 먹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16회기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음을 치유하는 곳을 꾸미고, 내담자가 친구들의 말투로 인해 속상하고 우울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내담자가 실제로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담자의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모래를 만지고 피규어를 놓은 것이 다른 상자와 다르다. 16회기부터 본격적으로 모래를 만지는 느낌이 든다. 모래의 따뜻함이라던 가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볼까 하는 느낌이 있다. 내담자가 스스로를 표현하기 시작하는 느낌을 내고 있다. 내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 앞에 있는 모래를 만진다. 펼쳐진 새의 날개 같기도 하다. 모래상자에 손자국을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것 같다. 진주 구슬도 내담자의 여성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17회기에는 꽃이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마음이 안정을 찾으려는 상자를 꾸민다. 내담자가 내면의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다양한 감정이 표현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18회기는 다양한 동물이 나오고 희귀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공작새 앞에 내담자가 서 있다. 내담자는 소망하는 것을 찾았을까? 19회기는 현실에서 소망하는 대학 생활에 대해 표현한다. 이후 약 2달의 시간이 흐르고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았다. 20회기 지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이전의 내가 죽어야 새로운 내가 탄생하고, 옛 것이 가야 새로운 것이 오듯이 죽어야 새로운 탄생이 이뤄지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탄생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담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게 될지 궁금하다. 20회기 상자가 가장 현실적으로 내담자의 감정을 표현한 듯하다. 10회기부터 환타지로 가서 마냥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었다면, 20회기는 현실로 올라오는 느낌이다. 현실적으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면서부터 좀 더 현실적인 내용이 나온다. 학교생활이나 대학이 나와서 오히려 현실을 인정해 나가는 듯하여 안심된다. 21회기는 무슨 놀이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그리스 여행 중이고, 언제 올지 모르는 왕자를 기다린다. 다양한 관심사를 펼쳐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22회기는 혼자 여행 온 내담자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 친해지는 모습을 표현하며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어울리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23회기는 대문이 나온다. 문을 열지 않아서 오히려 안심된다. 아래가 무의식이고 위쪽이 의식이라면 내담자는 무의식을 넘나드는 것이 많은데 오히려 그것을 차단하고 무의식의 에너지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것이 내담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24회기는 22회기의 새로운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왔다. 예쁜 화장대도 있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화장도 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25회기는 내담자가 수족관에 놀러 와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을 본다. 내담자도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자유로워졌을까? 생각해 본다. 26회기에서 내담자는 카페에 왔다. 내면의 새로운 여정 앞에 에너지를 채우려고 하는가?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하는가? 27회기에서 내담자는 어린 시절로 퇴행하여 꿈나라로 간다. 어린 시절 인형을 옆에 두고 잠을 청했던 것처럼 내담자가 기억하는 편안하고 안정된 곳으로 떠난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까? 28회기에서는 학교에 힘들게 가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집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표현한다. 잠에서 깨어나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일까?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새가 나온다. 1회기의 노란 새가 성장한 모습 같다. 마치 내담자가 모래 상자에서 많은 여정을 거치고 성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부족했던 모성의 경험을 내담자가 모래 상자에서 양육하고 돌보며 경험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그림 1의 HTP 검사 중 사전 집 그림에서는 여러 주민과 우리 가족이 살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집이고 지금은 외진 곳에 있지만, 나중에 알려지게 되어서 지도상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고, 사후 집 그림에서는 조용하고 외진 곳에 빌라가 있고 가족이 다 함께 같이 산다. 저녁이 되면 내담자가 나타난다고 한다. 사전 나무그림은 35살의 평범하고 건강하다. 주변에는 새와 나비들이 있고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가끔씩 우울하고 화날 때가 오더라도 잘 넘어가서 대단한 나무가 됐으면 좋겠다. 큰 위기도 오지만 이겨내고 잘 살 것이다. 사후 나무그림에서는 21살의 상처가 군데군데 있는 나무를 그렸다. 상처를 딛고 위험도 오겠지만 새로운 자기를 찾아서 남은 인생을 잘 살 것이라고 한다. 사전검사에서 29세의 여자는 외롭고 혼자 방황하는 직장인이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며 밤새 일을 한다. 나중에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 것이고 사후검사에서는 대입을 다시 준비하는 재수생을 그린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고자 하는 소망을 나타낸다. 사전검사에서 남자는 유명한 회사에 취업한 사람이고 해외 출장을 가는 중이다. 좋은 회사 다니고 돈도 많이 버는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다. 사후검사에서는 회사의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고 조만간 회사에 취업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보인다. 사전검사 가족화에서 부는 집에 오면 화내시고 장난기도 있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모는 부가 싫어할 말을 할 때가 있어서 한숨을 내쉰다. 언니는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고 주방 일을 하다가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사후검사에서는 부와 언니는 대출을 갚기 위해 각자 방법을 찾고 있고 모는 누워서 라디오를 듣고 있으며 내담자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집의 좌우대칭 균형이 비교적 맞아 있다. 중심을 잡고자 하는 느낌이 든다. 집 양쪽의 강아지는 내담자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그림에서 날카로운 가지가 꼬이고 엉켜있어 내재 된 공격성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무의 수관이 닫혀 있어서 액팅 아웃이나 정신증의 문제는 크지 않아 보인다. 수관이 나무의 기둥이나 밑둥에 비해서 상당히 크다. 본인이 표현하지 않지만 생각이나 욕구가 강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가지가 뾰족뾰족하여 공격성이나 관계의 문제를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반면, 예술적인 측면을 보이고 감각적인 면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후의 나무는 좀 더 크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담자의 외향 및 가족의 상황에 비하여 사람 그림은 부드럽고 섬세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여자의 그림이 내담자를 연상시킨다. 가족화를 통해 내담자는 가족들을 인정하고 가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울고 있다는 표현에서 앞으로 힘든 일도 있고, 쉬운 과정은 아닐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여 내담자의 잠재된 힘을 느끼게 한다. 내담자 윗옷의 줄무늬가 내담자를 묶고 있는 느낌을 주며 가족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내담자의 불안한 심리적인 면이 엿보게 한다.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사전검사와 달리 사후검사에서 가족들이 각자의 일을 하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논 의
본 사례는 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고생의 사례연구이다. 사례연구의 목적은 조현병 모를 둔 여고생의 정서 치료 45회기의 모래놀이상담을 통해 정서적 변화과정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내담자가 28개의 모래작품을 제작하면서 깊은 우울에서 조금씩 벗어나 현실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래놀이치료 과정은 크게 3단계의 과정을 보인다. 1회기부터 9회기까지 내담자가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자의 틀에 소품을 놓으면서 무의식의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를 가진다. 무의식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둔마된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10회기부터 19회기는 피규어를 사용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내담자의 풍부한 감정들을 다양하게 표현해 나가고 있다. 행복한 무의식의 여행을 하며 정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20회기에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기 시작하고 현실의 세계를 인식하며 다양한 관심사를 펼쳐 보인다. 여행을 가고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면서 내담자가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모래상자를 통해 이루어 나간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진로박람회에 찾아가며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담자는 모래놀이치료가 진행되면서 본인의 감정을 자각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적 갈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 내부의 힘을 발견하게 되고 변화를 이루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인다(오경임, 김도연, 2017). 내담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모와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언니를 두고 있고, 내담자 또한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현병으로 인해 자녀들을 양육하고 돌보는데 모의 모성 역할이 일반적인 다른 가정에 비해 적절하지 못하였으며 내담자의 긍정적 모성 경험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래를 충분히 만지고, 작품을 만들면서 내담자가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긍정적인 모성을 재경험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학교에서 의뢰된 상담기간 동안 모래놀이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우울증에서 완쾌된 것은 아니었다. 반면, 자신의 깊은 우울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가족들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현실에서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래놀이치료는 자유롭고 긍정적인 표현을 통해 내담자가 자지고 있는 우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연구한계는 조현병이 있는 어머니를 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대표할 수 없다는 점과 정신 건강에서 어려움이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간접적 차별을 암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