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 아동은 가정을 벗어나 학교 공동체 활동을 통하여 사회화 훈련을 시작하며 이 시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박은주, 2001; 노선표, 문병일, 2018). 2020년 12월 기준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지역사회 재활기관에 등록된 아동·청소년 10,032건의 정신건강문제 유형 중 행동문제가 4,416건, 정서문제가 3,71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1).
아동기는 삶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로서 이 시기의 정서·행동문제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고 청소년기 및 성인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하문선, 2021). Achenbach와 Edelbrock (1983)은 아동의 정서행동문제로서 불안, 우울, 위축, 신체증상, 공격성, 비행, 과잉행동 등을 제시하였다. 조붕환과 임경희 (2003)는 학령기 아동이 학교생활에서 보이는 정서·행동문제를 조기에 개입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점차 심한 장애로 고착되어 비행이나 품행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학령기는 또래관계가 확장되는 시기로서 적응적인 또래관계는 학교생활의 적응을 위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Granot, & Mayseless, 2001). 또래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은 아동의 인지적·정서적 자원의 발달과 자아개념 및 대인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또래 거부, 또래 방해, 또래 괴롭힘 등 또래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Hartup, 1993; 이영희, 2017). 아동이 또래로부터 소외감이나 배척 등 부적응적 또래관계를 경험하게 되면 외로움, 불안, 사회적 불만 등 정서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Cassidy & Asher, 1992).
아동은 또래관계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또래와 타협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문무경, 2005). 하지만 의견의 불일치로 갈등을 경험할 수 있고 적대적인 또래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공격성은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서‘다른 유기체에 해로운 자극을 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Buss, 1996). 공격성의 유형으로서 언어적 공격은 인신공격, 모욕, 능력공격, 비방, 괴롭힘, 조소, 모독적인 말, 외모에 대한 공격, 위협 등을 포함하며 신체적 공격은 때리기, 차는 것과 같이 타인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행동을 포함한다(Crick, Casas, & Mosher, 1997; Daly & McCroskey, 1987).
공격성이 강한 아동은 친사회적 동기가 약하고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여 또래들에게 거부를 당할 수 있으며, 아동기의 공격성은 청소년 및 성인기의 비행이나 과잉행동 등 문제행동과도 관련된다(서미정, 2009; Khatri, Kupersmidt & Patterson, 2000). 요약하자면 학령기 아동의 정서·행동문제는 조기 개입을 통해 치료할 필요가 있으며 또래문제와 공격성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은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 매우 중요할 것이다.
Ray (2016)는 아동들이 언어보다 비언어적 세계에서 더 익숙하게 반응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면 놀이치료는 아동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의사소통방식일 수 있으며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게 하는 상담 방식일 것이다(Landreth, 2012). 특히, 모래놀이치료는 놀이치료의 한 형태로서 모래와 상징소품을 사용하여 아동이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놀이치료와 비교하여 보다 상징적, 본능적이며 무의식적인 접근을 한다(장미경, 2008).
모래놀이치료는 1981년 학교에서 진행된 첫 학술보고를 시작으로 최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정서·행동, 공격성, 또래문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Noyes, 1981; 안운경, 곽현정, 김종우, 임명호, 2017; 곽현정, 안운경, 한길자, 임명호, 2018; 박혜영, 조성근, 2020; 이명복, 김은정, 2020; 전문주, 곽현정, 2021; Kwak, Ahn & Lim, 2020). 이에 본 연구는 적응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정서·행동 문제, 또래 문제, 공격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방법
충남 아산시 소재한 A 초등학교 재학생 중 담임 교사들이 교무회의나 온라인회의 등을 통해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언어적, 신체적 공격성이 높아 수업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선별하였고 최종적으로 3학년 20명이 연구대상으로 선정되었다(표 1). 교내의 담임 교사, 관리자 등 학교 운영진들과 연구진이 집단상담에 대한 회의를 하였으며 학부모 및 학생들의 참여 동의를 받았다.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은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12주 동안 총 10회기를 실시하였다. 운영은 주 1회, 각 회기별 40분으로 구성되었고 4명을 한 그룹으로 나누어 총 5개 그룹이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였다. 각 조의 구성원들은 개인의 상자를 조원에게 보여주고 함께 감상하며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개 조에 1인의 상담자가 배정되었고 모래놀이 임상 3,000시간 이상 수석상담자 2인과, 모래놀이 임상 1,000시간 이상 분석가가 3인이었다. 사전 평가,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10회, 사후 평가 순서로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정서·행동 문제, 또래 문제, 공격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단일집단 사전 사후 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하였고 설계는 표 2와 같다.
프로그램 구성은 곽현정 등 (2018)의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프로그램 구성 원칙’을 참고하여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의 회기별 내용은 표 3과 같고 진행방식은 표 4와 같다.
한국어판 강점 난점 설문지(Korean Version of the Strengths and Difficulties Questionnaire: SDQ-Kr). Goodman (1997)이 개발한 원판을 안정숙, 전성균, 한준규, 노경선, & Goodman (2003)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25문항이며 문항당 0~2점의 3개 평정척도로 응답하도록 되어있다. 하위척도로는 강점 소척도인 사회지향행동, 난점 소척도인 과잉행동, 정서증상, 행동문제, 또래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Cronbach's α)는 .94이다(안정숙 등, 2003). 강점인 사회지향행동은 총점 10점이며 높을수록 바람직하고, 총난점 점수는 40점이며 각 10점씩으로 낮을수록 바람직하다. 안정숙 등 (2003)의 연구에서 유치원이나 학교 부적응 소아 임상군 대상으로 척도별 평균 점수는 사회지향행동 5.46±2.08, 과잉행동 4.30±2.34, 정서증상 4.57±1.85, 행동문제 2.80±1.55, 또래문제 3.00±1.82, 총난점 14.63±3.99으로 나타났다.
공격성 척도(Aggression Questionnaire: AQ). Buss와 Perry (1992)가 개발한 원판을 권석만과 서수균 (2002)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27문항의 5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공격성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척도는 신체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Cronbach's α)는 .86이다(권석만, 서수균, 2002).
결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초등학생의 강점, 난점(정서·행동·또래문제), 공격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paired t-test를 실시하고 Cohen's d를 산출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품행문제는 사전 평균점수 2.95에서 사후 평균점수 1.75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도 크게 나타났다(t = 2.942, p = .008, Cohen's d = 0.822). 또래문제는 사전 평균점수 2.90에서 사후 평균점수 1.7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도 크게 나타났다( = 3.644, p = .002, Cohen's d = 0.826). 총난점은 사전 평균점수 12.50에서 사후 평균점수 8.65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 = 4.140, p = .001, Cohen's d = 0.718). 신체적공격성은 사전 평균점수 44.49에서 사후 평균점수 38.27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 = 3.310, p = .004, Cohen's d = 0.524). 언어적공격성은 사전 평균점수 47.66에서 사후 평균점수 40.61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t = 4.301, p = .000, Cohen's d = 0.948). 분노감은 사전 평균점수 45.24에서 사후 평균점수 38.04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t = 5.032, p = .000, Cohen's d = 0.889). 적대감은 사전 평균점수 48.54에서 사후 평균점수 40.4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 = 4.443, p = .000 , Cohen's d = 0.784).
논의
본 연구는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초등학생의 정서·행동 문제, 또래 문제, 공격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주요 결과와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품행문제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다. 이는 모래놀이 상담이 아동의 비행행동을 감소시킨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반평자, 우주영, 2013, 곽현정 등, 2018). 상담교사의 보고에서도 상담이 진행되며 비행행동이 이전보다 감소하였다. 모래놀이상담이 아동의 자아를 성장하도록 돕고 아동 스스로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고 긍정적인 행동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반평자, 우주영, 2013).
둘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또래문제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다. 이는 모래놀이상담이 또래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하였다(이민희, 한유진, 2014). 본 연구의 상담 장면에서 학생들은 모래작품을 완성 후‘나눔’을 통해 긍정적인 표현만을 사용해 서로의 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상담이 진행되며 그룹 간 ‘나눔’에서 회기 초반 다소 어색한 모습에서 상담이 진행될수록 서로 친밀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담자들은‘나눔’시간에 필요시 학생들로 하여금 존중해주는 표현을 익히도록 연습하게 하였고 이는 후반 회기로 갈수록 친밀한 또래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총난점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총난점은 과잉행동, 품행문제, 정서증상, 또래문제의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총난점 하위척도 중 품행문제와 또래문제만이 유의한 감소를 보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으나 과잉행동과 정서증상은 작은 효과크기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반면 선행연구에서 모래놀이상담은 아동의 정서문제와 ADHD 아동 증상의 긍정적 변화를 주었다(곽현정 등, 2018, 변은진, 박병도, 2018). 한국어판 강점난점 설문지(SDQ-Kr)는 아동 정신병리의 표준 진단도구인 아동행동평가척도(Korean version of Childhood Behavior Checklist:K-CBCL)와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아동을 선별하고 소아정신과적 진단을 내리는데 일차적인 진단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바 있다(신정수, 안정숙, 최영훈, 김혜지, 2009). 하지만 한국어판 강점난점 설문지를 국내 모래놀이연구에서 거의 활용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으며 추후 경험적 연구의 검증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신체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 등 공격성 척도(Aggression Questionnaire: AQ)의 모든 하위요인에서 유의한 감소를 나타냈다. 이는 모래놀이상담이 아동의 공격성을 감소시킨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하였다(구윤정, 2019). 단현국 (1991)은 아동이 놀이를 통해 욕구, 공격의 방향, 불안을 표출하며 이와 수반된 감정을 완화시킨다고 하였다. 실제 상담 장면에서 모래상담 초반회기에 종종 나타났던 모래작품에 대한 공격적, 비판적인 표현이 점차 감소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표현들이 증가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실험집단만으로 구성 되어 대조집단이 없었다. 추후 연구에서는 대조집단도 함께 구성하여 효과검증의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사전후 양적 분석으로 효과검증이 이루어졌다. 추후 연구에서는 모래작품의 흐름 변화 등 질적 분석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아산지역의 A 학교에서 진행된 연구로서 학교 및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집단의 효과를 정서·행동 문제, 또래 문제, 공격성 측면에서 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