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2021)에 의하면 전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사이버 상담센터에 보고된 자살·자해 상담 건은 2015년 1,456건에서 2020년 7,86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해를 처음 시작하는 시기는 평균 12세에서 14세로 청소년기에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Laye-Gindhu, & Schonert-Reichl, 2005), 국내 자료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자해 경험이 22.8%로 미국(14%), 중국(17%), 영국(10%)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심영주, 2019).
자살 관련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1년 국내 10-19세 연령대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가장 높았다(통계청, 2022). 또한, 질병관리청(2022)은 최근 1년간 자살사고를 경험한 학생을 12.7%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국내 아동·청소년의 자해 및 자살사고는 심각한 문제이며 관련 연구의 중요성이 시사된다.
자해·자살의 관련 요인은 인지, 정서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자해 연구에 따르면, 분노와 불안이 높은 청소년일수록 자해 빈도가 높았으며(권혁진, 2014), 자기 비난, 반추, 파국화 등 부적응적 인지적 정서 조절은 자해와 정적 상관이 있었다(유현주, 2022). 자살 연구에서는 우울, 학업 부담,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빈곤 가정, 양육 불안정, 음주·흡연 등 비행과 물질 사용이 자살 충동과 관련 있었다(오혜진, 최희철, 2018; 이승우, 남재성, 2021).
자아개념도 자해·자살의 관련 요인으로 보고되었다. 자아개념은 자신에 대해 가지는 관점, 관념 또는 태도의 독특한 체계이다(이규숙, 2021). 연구에 의하면 자살사고와 자아개념의 부적상관이 보고되었으며, 자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기비판, 자기비하가 더 높았고 자존감이 낮았다(Damle & Dabir, 2019; Hodgson, 2004). 특히, 아동기는 자신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형성하는 시기로서 중요하며, 긍정적인 자아개념 형성은 아동으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한다(백형갑, 2008; 오나솔, 2020). 따라서 자해·자살사고를 경험하는 아동에 있어 자아개념은 함께 고려해야할 요인일 수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아동·청소년 대상 모래놀이치료 이후 자아개념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김수미, 2011; 김진안, 2012). 또한, 자살사고를 가진 청소년 대상으로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한 결과 자살사고가 감소한 연구가 있다(안운경, 곽현정, 2022). 이처럼, 아동의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 및 자살사고 감소를 위해 모래놀이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해 행동을 경험한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한 연구는 소수이며(신혜진, 이명복, 2021) 자아개념과 자해, 자살사고를 함께 살펴본 연구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자해경험을 보고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아개념, 자해기능, 자살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가설 1>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의 자아개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가설 2>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의 자해 빈도를 감소시킬 것이다.
<가설 3>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의 자살사고를 감소시킬 것이다.
방 법
충남 아산시에 소재한 A 초등학교 재학생 중 Wee클래스 상담에서 자해경험이 보고된 학생 6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남자 2명(33.3%), 여자 4명(66.7%)으로 평균 연령은 만 10.83±0.4세였다(표1). 자해 내용으로는 1명은 문구용 커터칼을 이용하여 자해를 하여 상흔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인원은 머리찍기, 머리카락 뽑기, 자기 신체 때리기, 꼬집기 등 피부의 표피가 절개되지 않고 출혈이 약하며 봉합 등 의료적 처치를 요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담임교사, 관리자 등 학교 운영진들과 연구진이 집단상담에 대한 회의를 하였으며 학부모 및 학생들의 참여 동의를 받았다.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은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10회기를 실시하였다. 운영은 주 1회, 회기별 40분으로 구성되었고 3명을 한 그룹으로 2개 그룹이 지정된 요일, 지정된 시간에 진행되었다. 각 조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모래상자를 조원에게 보여주고 함께 감상하며 상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담자는 심리학 석사로 모래놀이 임상 3,000시간 이상의 전문상담자 1인, 8,000시간 이상의 전문상담사 1인과 심리학 박사로 모래놀이 임상 20,000시간 이상의 분석가가 1인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자해경험을 보고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자아개념, 자해 기능, 자살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단일집단 사전 사후 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하였고 설계는 표 2와 같다.
프로그램 구성은 곽현정, 안운경, 한길자, 임명호(2018)의‘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프로그램 구성 원칙’을 참고하였다. 프로그램의 회기별 내용은 표 3과 같고 진행방식은 표 4와 같다.
한국판 소아자기개념척도(Korean Piers-Harris Children′s Self-Concept Scale: PHCSS). Ev (1984)가 개발한‘아동 자기개념 척도’를 바탕으로 김병로 등(1994)이 번안한‘한국판 소아자기개념척도’를 사용하였다. 총 80문항의 6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기개념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척도는 행동, 지적 및 학업상태, 신체적 외모 및 특성, 불안, 인기도, 행복과 만족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92이다(김병로 등, 1994).
한국판 자해 기능 평가지(Korean The Functional Assessment of Self-Mutilation: FASM). Lloyd 등(1997)가 개발한 원판을 권혁진, 권석만(2017)이 번안한‘한국판 자해기능 평가지’를 사용하였다. 총 39문항의 7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요인 빈도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척도는 자해 방법 및 빈도, 자해 행동 요인, 자해 목적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해 목적은 사회적 동기와 개인 내적 동기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자해 빈도, 자해 목적을 측정하였다(자해시 약물 복용 여부의 문항을 포함한 자해 행동 요인은 연구 참여 연령 고려하여 제외). 자해 목적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80이다(권혁진, 권석만, 2017).
한국판 청소년 자살사고질문지(Korean Suicidal Ideation Questionnaire-JR: SIQ-JR). Reynolds와 Mazza(1999)이 개발한 원판을 이영식 등(2004)가 번안한‘한국판 청소년 자살사고 설문지’를 사용하였다. 총 15문항으로 자살사고의 빈도에 따라 각 문항당 0점(전혀 없었다)에서 6점(매일 있었다)까지의 Likert 척도로 되어있다. 문항의 예로는‘죽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곤 했다’등이 있다.
결 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경험을 보고한 초등학생의 자아개념, 자해 기능, 자살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Wilcoxon signed-ranks test를 실시하고 Cohen's d를 산출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먼저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인 척도는 자해 기능 평가의 자해 빈도와 내적 동기 척도였다. 자해 빈도는 사전 평균점수 71.67에서 사후 평균점수 59.2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z=-2.207, p=.027, Cohen's d=0.14). 또한, 내적 동기는 사전 평균점수 25.93에서 사후 평균점수 5.5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z=-2.032, p=.042, Cohen's d=1.15). 반면, 사회적 동기는 사전 평균점수 6.94에서 사후 평균점수 2.78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z=-0.948, p=.343, Cohen's d=0.42). 그 외에 자기개념 관련 척도와 자살사고 척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부적으로는 자기개념 총점은 사전 평균점수 51.65에서 사후 평균점수 50.76으로 나타났다(z=-.405, p=.686, Cohen's d=-0.10). 자기개념의 하위요인인 불안은 사전 평균점수 50.82에서 사후 평균점수 52.12로 나타났다(z=-.677, p=.498, Cohen's d=-.04). 외모는 사전 평균점수 44.47에서 사후 평균점수 46.29로 나타났다(z=-.966, p=.334, Cohen's d=-0.11). 행동은 사전 평균점수 63.81에서 사후 평균점수 55.59로 나타났다(z=-1.483, p=.138, Cohen's d=0.49). 인기는 사전 평균점수 61.60에서 사후 평균점수 62.31로 나타났다(z=-.136, p=.892 , Cohen's d=-0.03). 행복은 사전 평균점수 46.57에서 사후 평균점수 44.79로 나타났다(z=-0.108, p=.914, Cohen's d=0.27). 학업은 사전 평균점수 42.47에서 사후 평균점수 45.17로 나타났다(z=-1.095, p=.273, Cohen's d=-0.04). 자살사고는 사전 평균점수 71.67에서 사후 평균점수 59.90으로 나타났다(z=-1.625, p=.104 , Cohen's d=0.33).
논 의
본 연구는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경험을 보고한 초등학생의 자아개념, 자해 기능, 자살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주요 결과와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자아개념 총점 및 하위척도에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아동, 청소년 대상으로 모래놀이상담 이후 자아개념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연구가 있으나, 불안이나 비행 행동을 보이거나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로 본 연구 대상자와 차이가 있다(김수미, 2011; 김진안, 2012; 한유진, 김미연, 최죄경, 2020). 하지만 본 연구는 자해 경험이 있는 아동 대상으로 모래놀이상담과 자아개념을 살펴본 최초 연구임에 의의가 있다. 해외 연구에서 자해 경험과 자아개념의 부적 관련성이 보고된 바(Taylor, McDonald, Smith, Nicholson, Forrester, 2019), 추후 자해 경험이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모래놀이상담의 효과성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시사된다.
둘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자해 빈도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이는 모래놀이 상담 이후 자해 횟수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며 이전 사례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어해룡, 2011). 또한, 자해에 대한 내적 동기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나쁜 기분을 멈추기 위해’,‘스스로를 처벌하기 위해’ 등 문항 포함). 이는 모래놀이 상담 이후 부정적인 사고나 정서가 감소했음을 시사하며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박혜영, 이찬희, 2020; 전문주, 이호경, 곽현정, 2022). 따라서 집단 모래놀이 상담이 자해 행동 경험이 있는 아동의 자해 행동 감소에 효과적인 치료 방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자살사고 수준은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중·고등학생들의 자살사고를 감소시킨 선행 연구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나 본 연구 참여자 연령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안운경, 곽현정, 2022). 이밖에 모래놀이상담과 자살사고에 대한 단일 사례 연구가 있으나 참여자의 보고에 의한 것이며(김지혜, 2020; 이찬희, 2020) 양적 평가를 통해 자살사고의 변화를 확인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에 모래놀이 상담과 자살사고에 대한 효과성 확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시사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험집단만으로 진행된 연구로 대조집단이 구성되지 않았다. 추후 대조집단도 함께 진행하여 효과검증의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사전후 양적 분석으로 효과검증이 이루어졌다. 추후에는 모래놀이상담의 상자 흐름 변화 등 질적 분석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특정 지역의 학교에서 진행된 연구로 지역 및 학교의 특성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 위 한계점에도 자해경험이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연구인 점과 자아개념, 자살사고, 자해 기능, 모래놀이상담을 함께 살펴본 최초 연구임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