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자살 평가의 분류 알고리즘은 자살 행위를 자살 의도가 있는 치명적인 자해로 정의하고 이를 자살 시도, 능동적 자살 생각, 수동적 자살 생각, 비자살적 자해로 분류하였다(Posner, Oquendo, Gould, Stanley & Davies, 2007). 비자살적 자해는 동기, 발병 연령 및 정신병리 측면에서 자살 시도와 다르지만 높은 동반 질환과 궁극적인 자살 시도의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사실을 반영하여 하나의 카테고리로 결합되었다. 청소년의 경우 자살시도에 비해 비자살적 자해가 많지만(Turecki & Brent, 2016)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은 다른 청소년보다 스트레스 경험 후에 자살 생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초기 삶의 역경(Early Life Adversity. ELA)의 인지 패턴의 변화가 청소년의 불완전하게 발달된 전두엽 피질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충동적인 행동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Yang & Clum, 2000; Sinclair, Crane, Hawton & Williams, 2007; Lee et al., 2014). 또한 발달 과정에서 높은 충동-공격성과 높은 불안의 특성은 자살 시도의 위험성을 높인다(Wanner, Vitaro, Tremblay & Turecki, 201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 자해행동의 경우 자살하려는 의도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컬럼비아 자살 평가의 분류처럼 자살성 사건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하였다. 즉, 본 연구에서 사용 될‘자살성 사건’은 자살사고, 자살시도, 자해를 포함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해와 관련된 생물학적, 심리학적, 생리학적 여러 동기가 있다(Craigen & Milliken, 2010; Jacobson & Gould, 2007). 이러한 동기 가운데 일부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 감정조절, 통제력 회복, 심리적 고통 완화, 타인에게 영향을 행사하기, 회피하기, 공허감 없애기, 자기 처벌 등을 포함한다(Askew, 2009; Craigen & Milliken, 2010; Hawton, Harriss & Rodham, 2010; Polman, 2011). 자해를 청소년에게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값비싼 재료가 필요하지 않고 빠르고 쉽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Nock, 2008).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긋기 자해 동안 피를 보는 것이 자해행동의 강화 요소라고 하였다(Glenn & Klonsky, 2010). 긋기 자해 동안 혈액을 보는 것은 긴장완화, 진정, 집중, 행복감, 치유감 등을 제공한다(Glenn & Klonsky, 2010, Klonsky & Muehlenkamp, 2007). 또한 자해 행위로 인한 통증이나 출혈은 자기 감각을 확인하고 통증 자극에 의한 긴장을 완화하고 분노와 슬픔 등 강한 감정을 발산한다(Yokoyama & Ichikawa, 2006). 그러나 자해 후 발생하는 정서적, 생물학적 또는 생리적 고통의 감소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지표는 없다(Askew, 2009; Klonsky & Muehlenkamp, 2007). 일부 연구들은 기분을 내뿜는 것(blowing off steam) 같은 카타르시스, 아편유사제 방출(Polman, 2011), 정서적 고통을 덜어주는 엔돌핀의 분비 (Askew, 2009), 쾌감을 생성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엔카팔린의 생성과 방출(Craigen & Milliken, 2010)과 같은 생리학적 활동의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자해는 일시적으로 불안과 부정적 감정을 경감시키며 감정 처리에 도움이 되는 듯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점차 여러 차례의 반복적인 자해와 해리증상이 발생한다(Yokoyama & Ichikawa, 2006).
청소년의 자해행동에 대한 명확한 병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해행동은 다양한 생물, 심리, 사회적 기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심리적인 요소가 생물학적인 요소에 영향을 미치고 생물학적인 기질이 역시 상황에 대한 인지나 사고에 영향을 미쳐 심리적 취약성을 높이는 것으로 여겨진다(천은진, 2018). 따라서 자해 청소년의 치료는 각 영역의 핵심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자해 행동 뒤에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효과적이고 유용한 치료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Askew, 2009; Klonsky & Muehlenkamp, 2007).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 SPT)는 Lowenfeld가 아동에게 모래, 물, 장난감과 모래상자를 이용한 세계기법(World Technique)을 정신치료기법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Lowenfeld, 1931/1939). Kalff는 Lowenfeld에게 세계기법을 배웠고, Jung의 분석심리와 불교의 명상을 통합하여‘sandspiel’이라 명명하였다(Kalff, 1991). 이후 서양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 보급되면서 아동과 청소년들의 다양한 정신건강문제에 적용되어 왔다(Roesler, 2019). SPT는 재해발생지역, 병원, 학교 등의 임상현장에서 우울, 불안, 공격성, ADHD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 받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실시되었고 그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보고되었다(Roesler, 2019; Flahive & Ray, 2007; Rousseau, Benoit, Lacroix & Gauthier, 2009; Shen & Armstrong, 2008; Kwak, Ahn & Lim, 2020).
최근 들어 신경 과학 연구와 SPT를 연결하는 신경과학적 SPT가 등장했다(Akimoto, Furukawa & Ito, 2018; Foo, Freedle, Sani & Fonda, 2020; Freedle, 2017). 신경과학적 SPT 연구는 SPT가 피질-변연-피질 신경 회로 subcortical-limbic-cortical neural circuitry 를 통해 신경 통합 neural integration 을 촉진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SPT의 다중 감각 측면 multisensory aspects of SPT 과 치료적 관계에 의한 생물학적 치료 기전에 대하여 연구하였다(Turner, 2005, 2017; Badenoch, 2008; Balfour, 2013; Kestly, 2014; Freedle, 2017/2019).
위와 같이 SPT는 청소년과 아동의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유용한 치료적 도구로 시행되었으며, 예술치료로서 치료적 특성, 다중 감각 측면, 이미지와 상징적 체험을 제공하는 비언어적 치료방법과 신경과학적 치료기전 등은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들에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자해 행동에 대한 약물치료 및 CBT 등 다양한 치료적 방법의 효과성이 입증 되어 온 것에 비교하여(Mendez, 2012), SPT의 경우 개별치료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질적 연구마저 부족한 실정이다(Kaoru, 2012; Shin & Lee, 2021; Mendez, 2012). 본 연구는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 22명을 대상으로 모수검증을 통해 치료효과를 검증한 최초의 연구이다.
문헌 연구
신체와 정신의 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 치료적 접근에 앞서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으로서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주목을 필요로 한다.
유전적 요인과 ELA 같은 원거리 위험요인은 뇌 회로 및 스트레스 반응 체계와 같은 생물학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Heim, Shugart, Craighead & Nemeroff, 2010), 불안과 충동, 공격 성향과 같은 매개요인과 작용하여 자살성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천은진, 2018). 자살성 행동에 대한 일련의 생물심리학적 연구는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 시스템(oquendo et al., 2016),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Heim et al., 2010), 전두엽의 기능저하와 같은 신경회로의 반응성 이상(Van Heeringen, Bijttebier & Godfrin, 2010)등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개인의 뇌기능의 특수성과 시스템의 장애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 충동적 공격성, 부정적 신호에 대한 과도한 반응성,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살성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천은진, 2018). 또한 아동기 및 청소년기 전반에 걸쳐 피질 영역의 지속적인 발달을 감안할 때 (Casey, Jones & Hare, 2008)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의 상승은 뇌의 주요 영역의 비정상적인 발달 궤적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Pan et al., 2011).
이처럼 뇌 기능의 손상 혹은 성장과정에 동반되는 두뇌 발달의 불균형은 과민, 불안, 우울, 충동성, 공격성과 같은 심리학적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이라 할 수 있다.
Freedle(2007)은 SPT의‘보고(seeing), 접촉하고(touching), 움직이는(doing)’다감각적 통합체험(Multi-Sensory Experience)을‘Sandplay’s Sensory Feedback Loop’으로 설명하였다. SPT 치료실의 감각이 풍부한 치료 환경은 감각 정보 처리를 교정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러한 SPT의 다감각적 통합체험이라는 치료적 특성을 통해 신경 통합 과정이 촉진된다(freedle, 2017/2019). Foo 등(2020)은 범불안장애 환자의 SPT와 시상-변연계 신경회로의 연관을 연구하였다. 변연계에서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고 감각 피질의 감각 입력을 처리하는 시상의 건강 정도를 MRS를 통해 조사하였고, SPT가 시상-변연계 신경회로의 변화를 통해 불안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음을 소개하였다. 또한 Akimoto 등(2018)는 SPT를 시행하는 동안 the cortical brain mechanisms을 NIRS(Near infrared spectroscopy)를 통해 조사하였다. SPT는 두뇌 두 반구의 여러 영역 사이에 많은 상관관계를 유발하였고 전전두엽과 측두엽 영역의 결합을 촉발하였음을 시사하였다.
이처럼 최근 신경심리학적 SPT에 대한 연구는 SPT의 다감각적 특성이 뇌 기능과 구조에 미치는 치료 효과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SPT가 신경심리학적 취약성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모의 상실, 이별, 외상, 학대와 같은 ELA는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으로 여겨진다(Heim et al., 2010; Brent, 1995). 어린 시절의 외상은 자살 시도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 자살성 사건과 양의 상관 관계가 있다(Heim et al., 2010). 예를 들어, 아동기 학대는 전두엽 피질의 활동 감소와 스트레스 반응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 후속 신경생물학적 취약성을 유발할 수 있다(Nock, 2009). 이러한 취약성은 정서적 반응성을 증가시키고 그러한 반응을 관리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반복적 자해와 같은 자살성 사건을 통해 부적응적으로 대처하게 쉽다 (Nock, 2009). SPT의 자연스러운 놀이와 상징물을 통한 안전한 개방은 내적 트라우마와 고통을 상징적으로 안전하게 재생하도록 돕는다. SPT는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다양한 소품들로 구성되어 있다(Bratton, Ceballos, & Ferebee, 2009). SPT는 아동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경험을 표현할 수단으로 상징을 제공하고, 상징은 아동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를 표현하고 재현할 기회를 준다(Goss & Campbell, 2004).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요인은 ELA 뿐만 아니라, 부모-아동 관계의 붕괴 경험과 같은 애착 경험이 관련이 있다(Ahn & Choi, 2004). 청소년의 부정적인 애착유형은 자살성 사건의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De Santis, Falgares & Kopala-Sibley, 2021). De Santis와 동료들(2021)은 고등학생 469명을 대상으로 애착 유형과 내재화 및 외재화 문제 사이의 관계에서 자기비판의 매개 역할을 조사했다. 자기비판은 청소년기의 정신병리와 관련되어 있으며 애착 유형과 내면화 및 외면화 문제의 연관성을 가진다. 또한 높은 불안애착수준은 자아에 대한 부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과 대인 관계 친밀도에 대한 욕구, 대인 관계 거부 또는 버림에 대한 두려움을 특징으로 한다. 불안애착수준이 높은 청소년은 자기 비판적 태도를 자살성 사건을 통해 표출하기 쉽다(De Santis et al., 2021).
Kalf(1980)는 SPT에서‘자유롭고 보호된 공간’과‘모자일체성’만큼의 공감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치료 관계에서‘긍정적 전이’를 강조한 것으로 전통적 심리치료와 SPT의 차이점이다(Bradway, 1991). 전이는 SPT의 치료적 요인으로(Bradway, 1991; Lowenfeld, 1955) SPT에서 자유롭고 보호된 치료적 관계를 조성한다. 긍정적 전이의 치료적 관계는 모자일체성의 상징적 경험을 제공한다. 모자일체성의 상징적 체험은 참가자로 하여금 긍정적 애착을 재경험하게 할 수 있다.
자살성 사건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고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자아상은 자해 행동의 위험요인이 된다(Ross, Heath & Toste, 2009). 청소년기의 신체상은 자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신체적 불만족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기 쉽다(Ross et al., 2009). 한편 자해 행동은 자기에 대한 확인을 위한 선택이기도 한데, 자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고통스러운 감각추구를 통해 자기 확인을 경험한다(Klonsky & Muehlenkamp, 2007). 이러한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자아상은 자해의 위험요인이 된다.
Jung은 고통과 시련, 죽음과 부활의 상징적 체험으로 인격의 변환이 일어나며 이러한 상징적 체험은 종교의식, 신화, 민담, 전설 등 인류 문화 및 환자의 꿈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였다(이부영, 1997). Kalff(1991)는 Jung 분석심리학의 상징적 죽음과 재생을 SPT 단계를 통하여 제시하였다. SPT 과정에는 외상, 수치심, 공포, 충동과 같은 내면의 부정적인 주제가 많이 표현되고 인격의 발달을 방해하는 부정적 자기를 상징적 죽음으로 체험할 수 있다(Kalff, 1991).
선행연구들은 SPT의 부정적 자기의 죽음과 재생의 상징적 체험을 통한 자존감의 향상이나 자아상의 변화에 대한 질적 연구 및 양적 연구를 제시하여 왔다(Kwak et al., 2020; Shen & Armstrong, 2008; Wang, Nan, & Zhang, 2017; Yahaya et al., 2019).
정신의학적 상태는 자살성 사건의 직접적, 근거리 위험요인이다(Turecki & Brent, 2016; Nock, Hwang, Sampson & Kessler, 2010). 주요우울장애 또는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주요우울에피소드는 자살 사망의 최소 절반을 차지한다(Holma et al., 2014). 우울증이 자살 사고를 예측하고 자살 계획이나 시도는 예측하지 못하지만 PTSD와 같은 심한 불안이나 초조 및 불충분한 충동 조절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자살 계획이나 시도를 예측할 수 있다(Nock et al., 2010).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다른 질병에는 섭식 장애와 성격 장애, 특히 경계성 및 반사회적 성격 장애와 같은 B형 성격 장애가 있으며 이는 충동성과 공격성을 특징으로 한다(Tyrer, Reed & Crawford, 2015).
SPT는 재난현장, 외상 환자, 애착이나 자존감 문제뿐만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 불안, 공격성 등 다양한 정신병리 문제에 치료기법으로 적용되어 왔다(Rosler, 2019). 또한 1980년대부터 연구자들은 SPT를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유용한 치료기법으로 주목하였고 학교상담에 적용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는 발달 측면에서 놀이가 적절한데 SPT가 놀이 기반의 치료라는 특성과 관련된다(Goss & Campbell, 2004; Noyes, 1981). SPT는 우울증과 자살사고, 심각한 정서·행동문제 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치료 프로그램으로서 유용하며(Kwak et al., 2020; Dale & Lyddon, 2000) 언어적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 청소년에게 학교상담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Ahn, Kwak & Lim, 2020; Kwak et al., 2020). Ahn과 동료들(2020)은 'School SPT'가 단기간에 많은 아동, 청소년들을 돌봐야 하는 학교기반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요구를 충족한다고 하였다.
방법
본 연구는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중등 천안시와 아산시에 소재한 중고등학교에서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 22명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남자 6명(27.3%), 여자 16명(72.7%)으로 평균 연령은 16.32±1.25세였다(Table 1). 연구 프로그램은 Kwak 등(2020)이 정의한 School SPT로 학기 중 20주 동안 15회의 개별 SPT가 제공되었다.
Variables | Subjects (N=22) |
---|---|
Mean (S.D.) | |
Age | 16.32±1.25 |
Sex | N (%) |
Male | 6 (27.3%) |
Female | 16 (72.7%) |
연구 참여자는 손목 긋기, 주먹으로 자기 신체 때리기 등의 자해 행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하였다. 또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자살의 시기와 장소 방법을 수립하는 자살사고와 투신시도 및 약물 음독과 같은 자살 시도를 하였다.
참가자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17명은 병원치료를 병행하였다. 병원치료의 유형은 3주 이내 단기 입원환자 10명, 정신과 외래환자 7명으로 그들은 약물처방을 받았다. 처방된 약물의 종류는 개인마다 모두 달랐으며 병원 치료의 시작 시기는 프로그램 시작 3주 이내 초기, 8주후 중기, 15주후 말기 등 각각 달랐다. 나머지 5명은 정신과의사에게 진료를 1회 받은 대신 약물치료는 받지 않았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학교에서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피험자에게서 신체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학생을 위한 SPT에 대하여 지역사회의 중고등학교에 안내하였다. 학교는 교내에 자살성 사건이 보고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안내하였고 학부모와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 프로그램에 참가를 신청하였다. 본 연구의 참가자는 모두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안내문과 연구팀의 안내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프로그램은 SPT 15회, 사전검사 및 위험도 평가 1-2회, 병원 입원, 정신과 병행 치료, 보호자 교육 등과 같은 안전망 구축 회의 1-2회, 사후 평가 1회 등 총 18-20회로 구성되었다.
SPT 치료실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방음된 공간(가로 3m, 세로 4m)에 젖은 모래와 마른 모래가 담겨있는 모래상자(가로 72cm, 세로 57cm, 깊이 7cm) 2개를 비치하였다. 선반 7개를 가지고 있는 장난감 캐비넷(가로 100cm, 높이 150cm, 폭 40cm) 10개를 비치하였다. 모소품은 인물, 건축물, 식물, 동물, 군대, 자연물 등 10,000개 이상을 구비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자 2인이 주 치료자로 치료에 참가하였으며 주 치료자는 심리학 박사, SPT 임상시간 10,000시간 이상이었다. 보조 치료자는 1인으로 심리학 석사이고 안내, 심리검사, 예약, 기록물 정리 등 프로그램을 보조하였다.
MMPI-2 (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2). MMPI-2는 총 56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에 대해‘그렇다’또는‘아니다’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MMPI-2에서는 9개의 타당도 척도와 10개의 임상 척도를 비롯하여 9개의 재구성 임상 척도, 5개의 성격병리 5요인 척도, 15개의 내용 척도, 15개의 보충 척도 점수가 산출된다(Butcher et al., 2001). 본 연구에서는 한국판 MMPI-2(한경희 등, 2011)를 사용하였으며 임상척도의 전체규준 T점수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임상 척도의 재검사 신뢰도 평균은 남자 .78, 여자 .75였으며, 재구성 임상 척도는 남자 .79, 여자 .78이었다. 성격병리 5요인 척도의 재검사 신뢰도 평균은 남자 .81, 여자 .76이었으며, 내용 척도는 남자 .80, 여자 .82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충 척도의 신뢰도는 남자 .77, 여자 .76이었다(한경희 등, 2011).
본 연구의 목적이 MMPI-2 척도를 통해 자살사고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에 미치는 SPT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행연구를 통해 보고된 MMPI-2의 척도를 중에 SPT의 치료효과와 자살 위험요인과 관련성이 보고된 척도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결과
MMPI-2 임상척도와 세부평가척도에 따른 점수를 15회기 전후 비교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있었다.
임상척도 가운데 Hs(Hypochondriasis, t=3.298, p= .003), D(Depression, t=4.402, p= <.001), Hy(Hysteria, t= 4.034, p=.001), Pd(Psychopathic Deviate, t=3.139, p=.005), Pa(Paranoia, t=3.505, p=.002), Pt(Psychathenia, t=2.861, p=.009), Sc(Schizophrenia, t=3.491, p=.002), Si(Social Introversion, t=5.081, p=<.0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2).
또한 LSE(Low Self-Esteem, t=4.158, p=<.001), Es(Ego Strength, t=-2.626, p=.016), PK(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t=3.324, p=.003), DEP3(Self-Depreciation, t=4.124, p<.001), DEP4(Suicidal Ideation, t=4.102, p=.001)에서 유의한 변화가 보고되었다(Table 3).
논의
청소년의 13~23%는 일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살성 사건을 경험하고(Jacobson & Gould, 2007)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은 가족 및 유전적 요인(Brent, 1990), ELA 및 외상(Heim et al., 2010), 애착(Ahn & Choi, 2004), 자기비하(Ross et al., 2009), 정신의학적 상태(Turecki & Brent, 2016; Nock et al., 2010) 등 다양한 생물, 심리, 사회적 요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SPT는 안전하고 상징적인 표현의 기회와 보고 접촉하고 움직이는 다감각적 통합체험과 긍정적 전이를 통한 긍정적 애착 재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SPT는 카타르시스, 공허감, 정화, 회피, 통제력 회복 등과 같은 다양한 자해 행동의 동기에 대응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에게 SPT가 미치는 치료의 효과를 MMPI-2의 사전/사후 평가를 통해 조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MMPI-2의 121개의 척도 가운데 임상척도와 ELA, 외상, 애착, 자존감, 정신의학적 상태, 신경심리학적 취약성 등의 위험요인과 연관 있는 세부척도들을 중심으로 그 치료효과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은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들로 뇌의 기능적 손상이나 뇌 발달과정의 불균형이 추정되는 상태로서 뇌 기능과 발달의 취약성은 과민, 불안, 우울, 충동적 공격성과 같은 심리학적 취약성을 유발하기 쉽다. 연구 참여자들은 SPT이전 MMPI-2 타당도 척도인 Fb에서 임상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고 하였고 임상척도인 D, Pd, Pt, Sc에서 평균 6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보고 하였다.
Fb척도는 40문항으로 두려움(9문항), 우울 및 낮은 자존감(8문항), 자살/자해(4문항), 알코올 남용(4문항), 가족들과의 소원함(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높은 상승은 심각한 정동적 격변상태를 나타낸다. D, Pd, Pt, Sc 척도의 상승은 우울, 공격성, 불안, 사고의 혼란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 참여자의 심리학적 취약성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SPT 후 심리적 취약성을 추정할 수 있는 Fb, D, Pd, Pt, Sc 등의 척도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선행 신경심리학적 SPT 연구의 치료기전과 본 연구의 치료효과의 결과가 서로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자살성 사건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신경심리학적 SPT 연구를 기대한다.
ELA, 외상, 학대경험은 청소년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이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가출 청소년의 MMPI-2 프로파일에 대한 국내연구에 의하면 학대경험이 있는 가출 청소년은 일반 가출 청소년에 비해 Hs, D, Pd, M/F, Pa, Si에서 의미 있는 상승을 보였는데(곽영숙, 이혜숙, 2006) 학대의 정도가 심할수록 그 후유증으로 좌절과 분노 처리가 어려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SPT 후 임상척도인 Hs, D, Pd, Pa, Si 뿐만 아니라 보충척도 PK척도에서도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었다. 따라서 SPT는 안전하고 상징적인 표현을 방법을 유도하여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의 외상 후유증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의 치료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모래작품을 더 활발하게 표현하였고 중기 이후 작품들에는 외상, 죽음, 감옥, 자살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표현하였다. 이는 성학대 아동 2명과 일반아동 1명의 모래놀이 작품을 정성적으로 분석한 연구(Grubbs, 1995), 모래작품에 죽음이나 역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재난에 대한 공포감을 제어하는 상징적 체험을 표현한 연구(Lacroix et al., 2007), 911 테러이후 트라우마를 경험 한 32명의 아이들의 모래작품에서 상담 초기 상처 주제는 감소하고 치유주제가 증가한 연구(Yeh, Aslan, Mendoza & Tsukamoto, 2015) 등 선행 연구의 결과에 부합한다.
SPT는 모래작품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치료의 과정을 생생히 전달할 매체를 가지고 있으므로(Lowenfeld, 1955) 앞으로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임상군의 모래작품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를 기대한다.
부정적 애착 유형은 청소년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SPT 후 MMPI-2의 내용척도 가운데 LSE, 보충척도 가운데 Es척도에 유의한 변화를 보였다. 이는 SPT 후 애착의 개선을 보고한 여러 선행연구의 결과와 부합한다(Ahn et al., 2020; 유승은, 박부진 2013; 이여름, 장미경, 심종희, 2018). SPT의 모자일체성 만큼의 공감을 통한 긍정적인 감정으로의 전이는 SPT의 치료적 요인이며 참가자로 하여금 긍정적 애착을 재경험하게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Ainsworth 등 (2015)은 신체적 접촉이 애착 형성의 중추적인 요인으로 설명하였으며 SPT의 치료요인 중 하나인 다감각적 통합체험은 청소년의 애정욕구의 개선 및 긍정적 애착에 유의한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적 자아상, 낮은 자존감, 자기비하는 청소년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MMPI-2의 내용척도 가운데 LSE 척도와 보충척도 가운데 Es척도에 유의한 변화를 보였다. 이는 초등학생 284명에게 실시한 학교 집단 SPT 후 자아강도의 변화를 보고한 연구(Kwak et al., 2020),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실시한 집단 SPT 후 대조군에 비하여 실험군에서 자존감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한 연구(Yahaya et al., 2019), 대학생의 자아탄력성 향상을 보고한 연구(Wang et al., 2017), 12세의 여학생 18명에게 집단 SPT를 시행한 후 자존감의 개선을 보고한 연구(Shen & Armstrong, 2008)등 국내외 여러 선행연구의 결과와 부합한다. SPT 과정 중 작품을 통해 표현된 부정적인 것의 죽음과 재생이라는 분석심리학적 테마가 청소년의 자존감 향상이나 자아상의 변화에 긍정적 변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 불안, 충동적 공격성과 같은 정신의학적 상태는 청소년 자살성 사건의 직접적 근거리 위험요인이다. SPT는 외상, 자존감, 애착문제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의 다양한 정신의학적 상태에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가 보고되어왔다(Rosler, 2019).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MMPI-2에서 우울증상의 척도와 불안 증상의 척도 그리고 충동성과 공격성의 척도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고하였다. 이는 우울, 불안, 공격성의 감소를 보고한 여러 SPT 연구(Flahive & Ray, 2007; Han, Lee & Suh, 2017) 결과에 부합한다.
SPT는 모래작품의 표현을 환자와 치료자가 침묵 속에 피드백하는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고 치료자의 명상적 감상은 참가자의 자기표현을 격려하고 내면세계의 의식화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예술치료로서 SPT의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은 좌절과 공격성의 안전한 방출을 가능하게 한다(Lowenfeld, 1931). 좌절과 공격성의 안전한 방출은 자해 청소년에게 통제능력과 자기 조절감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본 연구의 치료과정에서 공감하고 수용하는 긍정적 전이의 체험은 적개심을 낮추고 공격성을 감소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감과 수용을 통해 타인을 향한 경계가 낮아질수록 적대감이 낮아지고 사회적 친밀성은 높아진다.
좌절과 분노, 자기파괴적 행동뿐만 아니라 카타르시스와 정화의 느낌 또한 반복적 자해행동의 동기이다. 모래작품을 시리즈로 제작하고 하나의 테마를 구성하는 예술적 표현 활동을 포함하는 SPT는 치료자와 참가자 모두에게 예술적 정화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
Mendes (2012)는 자해와 SPT에 대한 종설 연구를 통해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에게 치료도구로서 SPT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Kaoru (2012)는 자해성향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SPT 후 불안의 감소를 보고하였고 모래작품 제작과정에 대한 소감을 인터뷰하여 SPT 치료과정이 불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Shin과 Lee (2021)는 자해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 8명을 대상으로 10회의 SPT 후 불안과 우울의 감소를 보고하였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사후검사에서 자기비하를 나타내는 DEP3 척도와 자살사고를 나타내는 DEP4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자살성 사건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치료방법으로 SPT의 유용성과 임상적 가치에 대한 보다 활발한 연구를 기대한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청소년의 안전과 치료라는 원칙하에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가외변인 통제에 제약이 있었다. 안전의 확보를 위하여 상담이 시작되기 전 안전망 구축을 시행하였고 안전망에는 위험도 평가, 가족 지지를 위한 부모 교육, 학교 지원을 위한 소통, 외래 및 입원을 통한 치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본 연구의 사후 평가 MMPI-2에서 참가자들은 여러 영역에서 유의한 변화를 보고 하였으나 치료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약물치료, 가족지지, 학교지원 등의 가외변인을 통제 할 수 없었으므로 SPT치료의 효과를 명확히 제시하기에 한계가 있다.
SPT 개별치료는 전통적으로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을 강조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치료방법에서 자해 청소년을 위한 구조화된 SPT 개별치료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치료자의 치료 역량에 따른 치료 효과의 가외 변인이 별도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PT 개별치료에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이 없다. 치료자의 개인적 치료숙련도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가외변인이다.
본 연구는 자살시도, 자살사고, 자해 등 자살성 사건을 경험한 22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MMPI-2를 통해 SPT의 임상적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 최초의 연구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15회기의 SPT 후 MMPI-2의 임상 척도인 Hs, D, Hy, Pd, Pa, Pt, Sc, Si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또한 내용 척도의 LSE, 보충 척도의 Es, PK 및 내용척도의 DEP3, DEP4와 같은 MMPI-2의 여러 하위 척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 하였다. SPT는 외상, 애착, 자존감, 자살사고, 정신의학적 상태, 신경심리학적 취약성과 같은 자살성 사건의 위험요인에 긍정적인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