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는 또래관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시기로서 적응적 또래관계는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Granot, & Mayseless, 2001). 또래관계는 두 사람 이상이 상호 자발적으로 선택한 애착 관계를 의미하며 친밀한 또래관계는 스트레스 완화, 심리적 안정 등 아동의 정서적 지지의 기반이 된다(이경숙, 서수정, 신의진, 2000; Hartup, 1983). 반면, 부적응적 또래관계는 아동으로 하여금 외로움, 우울,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정서문제를 경험하게 한다(Asher, & Wheeler, 1985; London, Downey, Bonica, & Paltin, 2007).
아동은 또래와의 활동 시 자연스럽게 갈등과 의견 불일치를 경험하게 되고 아동 간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공격성은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이며 ‘다른 유기체에 해로운 자극을 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Buss, 1996). 공격성이 높은 아동은 친사회적 동기가 약하고 라포 형성이 어려우며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여 또래들로부터 거부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Khatri, & Patterson, 2000). 또한 정서조절능력이 약해 또래관계에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이끌어 나가려는 성향이 있으며 또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한유진, 2005).
충동성과 문제행동도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보이는 아동에 있어 함께 고려할 요인이다. 충동성은 계획능력의 부족, 위험을 감행하고자 하는 것,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것 등 자기조절문제의 개념을 반영하며 공격적인 행동과도 관련된다(Stanford, Houston, Mathias, Villemarette-Pittman, Helfritz, & Conklin, 2003). 또한 비행이나 과잉행동 등 청소년과 성인의 지속적인 문제행동은 아동기의 공격성과도 관련된다(서미정, 2009). 따라서 아동의 대인관계 특성, 공격성, 충동성, 문제행동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은 적응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사회적 기술과 친사회적 행동이 미숙한 아동들은 또래관계에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놀이치료는 아동의 사회적 발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Bovin, & Hymel, 1997). 선행연구에 따르면 놀이치료를 통해 아동의 공격성이 감소하고 또래관계가 개선되었다(박연주, 2008; 송혜경, 2012). 특히, Lowenfeld가 창시한 모래놀이치료는 놀이치료의 한 형태로서 놀이의 자유로운 특성뿐 아니라 구체적인 소품을 통해 상징적 언어를 제공하여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지 않거나 곤란한 아동도 참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Goss, & Campbell, 2004; Lowenfeld, 1939). 놀이치료가 외부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의식적이고 감각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진다면 모래놀이치료는 보다 상징적이고 본능적이며 무의식적인 접근을 하는 특성이 있다(장미경, 2008). 무의식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며 그 내용에는 공격성을 포함한다(Freud, 1990). 따라서 공격성을 보이는 아동 대상으로 무의식을 다루는 모래놀이치료가 효과적인 개입방법일 수 있다. 선행 연구에 의하면 모래놀이상담 전후 유아의 감정조절 능력과 사회성이 증가하였고 대학생의 경우 분노 조절력 증가, 통제 지배 수준의 감소가 보고되었다(김은해, 2009; 안은선, 황화란, 박윤수, 2019). 하지만 현시점에서 아동의 부적응적 또래관계를 살펴본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효과 연구는 부족하다. 특히 적대적인 또래관계는 또래 간의 갈등, 비행, 학교생활의 부적응, 성인기 문제 행동과 관련되어 조기 치료적 개입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적대적 또래관계를 보이는 초등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공격성, 충동성, 문제행동, 대인관계 특성 측면에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효과를 알아보고자 한다.
방 법
충남 천안시 외곽에 소재한 소규모의 A 초등학교 재학생 중 적대적 또래관계와 갈등을 보이는 학생 8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표1). 교내의 담임 교사, 관리자 등 학교 운영진들과 연구진이 집단상담에 대한 회의를 하였으며 학부모 및 학생들의 참여 동의를 받았다.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은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11주 동안 총 10회기를 실시하였다. 운영은 주 1회, 각 회기별 40분으로 구성되었고 2~3명을 한 그룹으로 나누어 총 3개 그룹이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였다. 각 조의 구성원들은 개인의 상자를 조원에게 보여주고 함께 감상하며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개 조에 1인의 상담자가 배정되었고 심리학 박사, 모래놀이 임상 3,000시간 이상 수석상담자 1인과 심리학 박사, 모래놀이 임상 1,000시간 이상 분석가가 2인이었다. 사전 평가,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10회, 사후 평가 순서로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보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공격성, 충동성, 문제행동, 대인관계 특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단일집단 사전 사후 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하였고 설계는 표 2와 같다.
프로그램 구성은 곽현정, 안운경, 한길자, 임명호(2018)의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프로그램 구성 원칙’을 참고하여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의 회기별 내용은 표 3과 같고 진행방식은 표 4와 같다.
공격성 척도(Aggression Questionnaire: AQ).Buss와 Perry (1992)가 개발한 원판을 권석만, 서수균 (2002)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27문항의 5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공격성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척도는 신체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 (Cronbach's a)는 .86이다(권석만, 서수균, 2002).
단축형 Conners-Wells 자기보고형 검사(Conners-Wells' Adolescent Self-Report Scale(Short From): CASS(S)). Conners (1997)가 개발한 원판을 반건호, 신민섭, 조수철, 홍강의 (2001)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27문항의 4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ADHD 및 이와 관련된 문제행동 수준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척도는 주의집중, 과잉행동, 품행문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Cronbach's a)는 .88이다(반건호 등, 2001).
Barratt 충동성검사(Barratt Impulsiveness Scale-11: BIS-11). Barratt (1959)이 개발한 원판을 허심양, 오주용, 김지혜 (2012)가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30문항의 4점 Likert 척도로 되어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충동성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이 척도는 운동 충동성, 인지 충동성, 무계획 충동성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Cronbach's a)는 .80이다(허심양 등, 2012).
대인관계 반향메시지 원형모형 검사 단축형(Impact Message Inventory-Circumplex: IMI-C). Kiesler 등(1976)이 개발한 원판을 김창대, 김수임, 강민철, 김영근 (2012)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총 28문항의 4점 Likert 척도로 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대인관계 특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 척도는 지배, 우호, 순종, 적대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75이다(김창대 등, 2012).
결 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적대적인 또래관계를 보이는 초등학생의 공격성, 문제행동, 충동성, 대인관계 특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wilcoxon´s signed-ranks test를 실시하고 Cohen's d를 산출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공격성 전체는 사전 평균점수 57.38에서 사후 평균점수 44.5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도 크게 나타났다(Z = -2.310, p = .021, Cohen's d = 1.025). 언어적 공격성은 사전 평균점수 12.00에서 사후 평균점수 9.5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Z = -1.866, p = .062, Cohen's d = 0.801). 적대감은 사전 평균점수 18.50에서 사후 평균점수 11.0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매우 크게 나타났다(Z = -2.371, p = .018, Cohen's d = 1.285). 문제행동 전체는 사전 평균점수 18.75에서 사후 평균점수 10.5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Z = -2.371, p = .018, Cohen's d = 1.143). 주의집중은 사전 평균점수 12.50에서 사후 평균점수 5.5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매우 크게 나타났다(Z = -2.371, p = .018, Cohen's d = 1.549). 충동성 전체는 사전 평균점수 69.25에서 사후 평균점수 64.38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Z = -2.383, p = .017, Cohen's d = 1.053). 인지 충동성은 사전 평균점수 18.63에서 사후 평균점수 16.6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효과크기는 크게 나타났다(Z = -1.409, p = .159 , Cohen's d = 0.828). 지배는 사전 평균점수 10.63에서 사후 평균점수 8.75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Z = -2.032, p = .042 , Cohen's d = 0.582).
논 의
본 연구는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적대적 또래관계를 보이는 초등학생의 공격성, 문제행동, 충동성, 대인관계 특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주요 결과와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공격성 전체 척도와 하위 변인인 적대감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으며 언어적 공격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는 없었지만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다. 이는 모래놀이상담이 공격성을 감소시킨다는 여러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하였다(이영주, 2015; Flahive, & Ray, 2007; Han, Lee, & Suh, 2017). 본 연구의 상담 장면에서 학생들은 모래작품을 완성 후‘나눔’을 통해 서로의 상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긍정적인 표현만을 사용해 피드백 줄 것을 규칙으로 하였다. 상담 초반에 종종 나타났던 모래상자에 대한 비판적, 공격적인 언어 표현이 점차 줄어들고 서로 존중해주는 표현들이 증가하였다. 담임교사 보고에 의하면 언어적, 신체적 싸움의 빈도도 이전보다 감소하였다. 이는 집단상담의 공감과 수용이 공격성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이며 놀이를 통해 공격 욕구를 표출하여 무의식적 문제를 표현하고 이와 관련된 감정을 완화한다는 보고와도 관련 있다(단현국, 1991; Mayberry, & Espelage, 2007).
둘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문제행동전체 척도와 하위 변인인 주의집중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다. 즉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주의집중 결함을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되며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문미쁨, 2016; Carey, 1990; Flahive, & Ray 2007). 상담장면에서 학생들은 타인이 사용하는 소품을 구경하고 간섭하는 등 주의가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데 주의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담임교사 보고에서는 수업 집중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이는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초등학생의 문제행동과 주의집중 결함의 개선을 위한 개입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시사된다. 셋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충동성 전체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으며 하위 변인인 인지 충동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는 없었지만 큰 효과크기를 나타냈다. 이는 모래놀이상담이 충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김혜림, 김유진, 2015; 박은정, 2012). 상담 장면에서 학생들은 모래놀이 작품에 사용할 피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한두 개의 소품씩만 가져갈 것을 지시 받았고‘나눔’시간에도 차례대로 자신의 상자를 소개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였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하는 모습은 점차 줄어들고 조원의 소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넷째,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지배 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즉 모래놀이 집단상담 이후 학생들은 타인을 통제하거나 관계를 주도하려는 성향이 감소했음을 의미하며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대인관계에서 통제 성향을 감소시킨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하였다(안은선 등, 2019). 담임교사 보고에 의하면 학생들 간 언어적, 신체적 싸움의 빈도가 점차 감소하였다. 집단상담은 다양한 대인관계를 경험하게 하여 대인 지각의 왜곡을 다루기 유용한 특성이 있다(강민철, 2014). 본 연구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상자를 공유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경험하게 되고 대인관계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지각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대조집단 없이 실험집단만으로 진행되었다. 향후 연구에서는 대조집단도 함께 진행하여 효과검증의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효과검증은 척도의 사전후 양적 분석으로 이루어졌다. 추후 연구에서는 모래상자의 흐름 변화 등 질적 분석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천안지역의 A 학교에서 진행된 연구로서 지역 및 학교의 특성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 추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학교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또래관계를 보이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집단상담의 효과를 공격성, 문제행동, 충동성, 대인관계 특성 측면에서 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학생들의 정신건강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