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SNS)에 자해 사진 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 이른바 ‘자해 인증 샷’ 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이수정, 2019). 청소년의 자해 행동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자살과의 관련성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그 심각성에 비해 관련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백선혜, 2019).
자해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자해는 자살을 시도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지만 의도적이고 지속적이며 무모하게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Zila & Kiselica, 2001).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는 자살의 의도 없이 반복적이고 고의적으로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Klonsky & Muehlenkamp, 2007; Nock, 2009; Van & Kalnins, 2011).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5판(DSM-5)에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진단적 상태’ 중 하나로 비자살적 자해를 제시하고 있는데(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 2013), 비자살적 자해의 진단을 위해서는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이 문신이나 피어싱과 같이 사회적으로 제재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김소연, 2021).
청소년이 자해 행동을 하는데 있어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우울, 성격장애,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 사회적 통합의 어려움 등이 있으며 청소년들의 자해 행동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하였다(백선혜, 2019).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자해 및 자살과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인이고 청소년의 자해행동은 부정적이고 격렬한 감정들을 해소시키는데 대처기제로 작용하게 된다(정구경, 2016). 특히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 중 약 72%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나타나 자해와 우울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예덕해, 2012).
자해행동을 한 청소년들에게 상담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흥미를 유발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언어적 표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치료적으로 도울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놀이치료, 게임놀이치료, 미술치료, 모래놀이치료와 같이 비언어적 상담기법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김진안, 2015).
그 중 모래놀이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유익한 상담(Mitchell & Friedman, 1994)으로, 특히 아동들 및 청소년들과 작업하기에 특별히 유용하다(Bratton and Ferebee, 1999). 모래놀이는 아이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상징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표출하도록 한다(Geldard & Geldard, 2002). 그리고 문제행동을 호소하는 청소년과 심리 사회적으로 발달 단계에 있는 아동에게 개별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적합하다고 하였고(Wang, 2007), O’Brien(2004)은 학교 환경에서의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우울하고, 심한 품행장애를 보이거나 학급에서 행동에 문제가 있어 학습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아동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였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모래놀이가 우울, 불안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박혜영 등(2020)은 A, B, C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중 대인관계, 정서문제,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48명의 학생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대인관계 증진 집단모래놀이 프로그램을 진행 후 우울과 불안에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채영미(2013)의 연구에 의하면 6개의 지역아동센터와 3개 초등학교 재학 중인 10세~13세의 조손가정 아동 30명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아 모래놀이 상담을 진행했을 때 아동의 불안 감소에 영향이 있었다고 하였고 또 지역이 다른 4군데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대상의 아동 중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둔 10~13세 아동에게 모래놀이를 실시 한 결과 통제집단보다 실험집단에서 불안 감소에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유수연, 2013). 신지환(2015)은 중 1, 2, 3학년의 학생 78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중독척도와 우울, 불안척도를 실시 후 스마트폰중독척도 점수가 41점 이상인 학생 중 우울점수는 16점 이상 불안점수는 22점 이상인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집단 16명 통제집단 16명을 선정하여 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 후 통제집단에 비해 실험집단이 우울 및 불안에 있어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효과적이라고 보고하였다.
이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울, 불안에 대한 모래놀이 상담이 많이 있으나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우울 및 불안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행동 초등학생에게 우울, 불안에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지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가설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방 법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A, B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A초등학교의 5학급, B초등학교의 3학급에 자해기능평가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설문지 응답에 1가지 이상 체크 한 학생을 선별하였다. 설문 조사하여 선별 된 학생 중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를 한 9명의 학생이 집단상담에 참여하였는데 잦은 결석과 사후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1명의 학생은 통계분석에서 제외시켰다.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은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12주 동안 총 10회기 실시하였다. 운영은 주 1회, 각 회기별 40분으로 구성되었고, 2~3명을 한 그룹으로 나누어 총 3개 그룹이 정해진 요일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였다. 한 그룹이 3명으로 각자의 상자를 꾸몄고 상자에 대한 감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1개의 집단에 1인의 상담자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모래놀이상담사 1급, 전문상담사 2급 자격을 소지한 2명의 학교 Wee클래스 전문상담인력이 각 학교에서 집단을 운영하였다. 사전 평가,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10회기, 사후 평가로 총 12회기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자해행동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하고 우울, 불안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단일집단사전사후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하였고, 결과는 표 2와 같다.
프로그램 구성은 곽현정(2017)의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여 사용하였다. 프로그램 내용은 표 3과 같고 회기별 진행과정은 표 4와 같다.
자해기능평가지(The Functional Assessment of Self-Mulilation: FASM). Lloyd 등(1997)가 개발한 것을 권혁진(2014)이 번안하고 타당화 한 것을 사용하였다. FASM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자해의 방법 및 빈도를 측정하는 11문항과 자해와 관련된 치료 여부를 물어보는 문항만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1년 동안 경험한 자해에 대해서 평가하며 7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소아우울(Children's Depression Inventory, CDI). Kovacs, M. (1983)의 CDI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Beck의 우울척도(BDI)를 8-13세 연령의 소아에 맞도록 변형해 총 27개 문항이며 지난 2주간 자신의 기분상태를 평가하도록 반영하였고 이를 조수철, 이영식(1990)이 번안하였다. 총점수 0~54점이며 3점 Likert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이 심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 (Cronbach's a)는 .782로 측정되었다.
소아상태불안(State Anxiety Inventory for Children : SAIC). Spielberger(1972)의 성인용 상태불안 척도를 조수철, 최진숙(1989)이 번역 후 소아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변형 시킨 것으로 총 20문항, 3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Cronbach's a)는 .699로 측정되었다.
소아특성불안(Trait Anxiety Inventory for Children : TAIC). Spielberger(1972)의 성인용 특성불안 척도를 조수철, 최진숙(1989)이 번역 후 소아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변형 시킨 것으로 총 20문항, 3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Cronbach's a)는 .754로 측정되었다.
결 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우울, 불안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wilcoxon's signed-ranks test를 실시한 결과는 표 5와 같으며 우울에 대한 사전검사는 임상적으로 22점 이상일 경우 약간 우울로 보고 있지만 초등학생 평균점수 14.72점인 점수에 비하면 연구대상인 학생들은 18.86으로 보통의 학생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었으며 상태불안에 대한 사전검사는 임상적으로 41점 이상일 경우 약간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는데 초등학생 평균점수 33.27점인 점수에 비교한다면 연구대상 학생들은 39점으로 평균에 비해 높게 측정되었고 특성불안에 대한 사전검사는 임상적으로 39점 이상일 경우 약간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은데 40.88로 측정되었다.
구분 (N=8) | 평균 | 표준편차 | Z | p | |
---|---|---|---|---|---|
우울 | 사전 | 18.88 | 6.770 | -2.521 | .012 |
사후 | 5.50 | 4.721 | |||
상태 불안 | 사전 | 37.63 | 9.410 | -2.371 | .018 |
사후 | 26.00 | 4.209 | |||
특성 불안 | 사전 | 40.88 | 4.324 | -2.524 | .012 |
사후 | 29.25 | 5.230 |
우울, 불안을 분석한 결과 우울(CDI)은 사전평균점수 18.88에서 사후평균점수 5.50로 (Z = -2.521, p = .018)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상태불안(SAIC)은 사전평균점수 37.63에서 사후평균점수 26.00로 (Z = -2.371, p = .018)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특성불안(TAIC)은 사전평균점수 40.88에서 사후평균점수 29.25로 (Z = -2.524, p = .012)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실험집단 사전-사후의 효과크기를 알아보기 위하여 Cohen's d값(평균 차이를 공통의 표준 편차로 나눈 값)을 산출하였다. 결과는 표 6과 같다.
분석결과 우울척도에서는 (d=2.225)로 상당히 높은 효과의 크기를 보였고 상태불안척도에서는 (d=1.424)로 매우 큰 효과의 크기를 보였으며 특성불안척도에서는 (d=2.402)로 우울척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높은 효과의 크기를 보였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관찰된 변화과정으로는 1~2회기 때는 처음 만난 집단원들 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려하지 않고 소극적,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회기가 진행되면서 집단원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점차적으로 자기표현이 늘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상자에 대한 이야기 나눔시간에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긍정적 피드백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과는 달리 어두웠던 얼굴표정이 밝아지는 것도 관찰되었다.
논 의
본 연구에서는 자해행동을 한 초등학생들에게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하여 우울, 불안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우울수준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결과 사전평균점수 18.88에서 사후평균점수 5.50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분석결과 상당히 높은 크기의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모래상자놀이를 통하여 자기를 탐색하고 긍정적 모래상자놀이 상황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을 자유롭게 표현함으로 우울이 감소된 모습을 보였다(곽현정, 2015). 그리고 우울수준이 감소 한 모래상자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밝힌 연구(장재우, 2010; 김인옥, 2011; 이효정, 2013; 추강숙, 2014)의 결과와도 일치하였고 인지적 접근을 통해 여중생의 우울을 감소시키고자 한 모래상자 프로그램 연구결과(김인옥, 2011)와도 유사하다. 또한 모래상자에 상징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 걱정 등 자기 표현이 증가된 결과로 해석된다(박선영, 강지예, 2015).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 인 모래상자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안전하게 표현함으로써 심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향상시킨 결과로 해석된다(Kalff, 1991).
둘째,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불안수준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결과 상태불안(SAIC)은 사전평균점수 37.63에서 사후평균점수 26.00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분석결과 매우 큰 크기의 효과를 보였으며, 특성불안(TAIC)은 사전평균점수 40.88에서 사후평균점수 29.25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분석결과 상당히 높은 크기의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모래놀이가 소품을 사용하여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언어사용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수줍음이 심하거나 위축된 아동에게 적합하다는 Carmichael(1994)의 견해와 일치하며 우울·불안과 위축 행동을 보이는 유아에 대해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한 결과 우울·불안이 감소하였음을 보고한 박지연(2008)의 연구와도 일치한다. 집단모래놀이치료가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서 여러 집단과 다양한 대상들의 불안수준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장은지, 한유진, 2014). 그리고 아동을 대상으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이완시켜 소극적이고 부적응적인 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와 일치한다(유영의, 1994). 아동은 아니지만 김태영(2009)의 ADHD 성인을 대상으로 불안을 개선시킨 모래놀이치료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비교집단 없이 실험집단만으로 진행되었다. 후속 연구에서는 비교집단과 함께 진행하여 효과검증에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이 연구에서 효과검증은 수집한 데이터를 양적분석으로 평가하였고, 회기별 개인의 모래상자의 변화나 학생의 행동관찰 등 질적분석은 하지 못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양적분석과 질적분석을 함께 실시하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효과검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이 연구에서 연구대상이 천안지역의 A, B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바 지역의 특성과 학교의 특성이 작용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지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여 효과를 보다 더 일반화할 수 있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연구는 자해경험이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자해행동에 대한 변화를 측정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으며 우울과 불안이 감소하면 자해행동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자해행동에 대한 변화를 측정을 통한 추정과 측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정은 그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자해행동 초등학생의 우울과 불안감소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초등학생 대상으로 자해행동과 관련하여 진행된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이 연구가 효과검증 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으며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에 있어 연구결과로 효과 크기를 제시한 연구가 제한적인 점에서 이 연구는 효과 크기를 제시함으로 구체적으로 수치화 하고 있다. 최근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연구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 여겨진다. 이 실험은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학교 생활함에 있어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마음 건강에 힘쓸 것이며 자해행동으로 인한 우울, 불안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특성과 발달수준에 맞게 활용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