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문제는 의학적, 임상적 장애와 심리·정서적 행동문제가 혼합되어 있다. 이러한 정신건강문제는 개인의 내적인 요소와 유전적 소인 등과 부모의 양육태도, 대인관계, 환경적 요인과 공공정책 등의 다양한 경로가 건강한 정신적 발달을 증진하거나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15).
우리나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비율은 선진외국에 비해 높으며 고위험군의 정서 및 행동 문제 위험률도 약 20%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11). 안동현(2009)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정신장애 및 문제행동은 흔하게 발생하고 정신의학적으로 진단을 내릴 정도로 심한 형태의 문제는 전체 일반 아동·청소년의 약 8~10%를 차지한다. 유형별로 보면 ADHD비율이 13.3%, 불안장애는 23%, 우울증은 7.4%였으며, 최소 1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소아청소년의 비율이 전체의 26%였다고 보고 하였다. 또한 청소년기의 정서나 문제행동은 학령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특히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 빈곤 또는 가정환경으로 인한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있는 학생의 분포가 가장 크다(주애자, 2020). 빈곤 아동들은 항상 경제적 긴장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심리적인 불안상태가 인성구조의 중심을 이루게 되어 소극적 태도, 긴장, 불안이 조장되고, 계속적인 행동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박종란, 2012).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우울감이나 자존감 등과 같은 심리적 측면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황윤미, 2017), “일반아동에 비해 폭력, 공격적 행동 등과 같은 외현적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강명순, 2007; 류정아, 2017에서 재인용).
따라서 아동·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과 예방적 차원의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이명복, 김은정, 2020). 최근 미술, 독서,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집단상담과 함께, 집단모래놀이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박혜영, 조성근, 2020).
모래놀이치료는 Kalff가 1950년대 심리치료기법으로 사용하면서 발전시켜왔다. 모래놀이치료는 정서와 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에게 감정을 놀이와 상징적 활동을 통해 표현할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을 제공하며, 아동들은 이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자신의 내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처리할 수 있게 된다(Goss & Campbell, 2004). 모래놀이치료는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신체와 모래의 접촉만으로도 치유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에게 매우 적합한 심리치료 도구이다(곽희은, 2019).
모래놀이를 활용한 집단상담은 내담자의 불만이나 불안, 심리적인 긴장감을 해소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한다(김미형, 2008). 또한 안정감을 주는 모래놀이치료와 집단의 상호작용으로 아동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자아발달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을 촉진한다(강선희, 2010).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집단모래놀이상담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초등학교2~6학년에 재학 중인 4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모래상자 놀이치료가 분노조절 및 또래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다(한지혜, 2008). 이효선(2009)의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중 이혼가정 1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또래관계 기술 증진과 행동문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하였다. 권효주(2013)의 연구에서도 지역아동센터 이용 청소년 중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아개념 증진에 영향이 있었다고 하였다.
이처럼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래놀이 집단상담 연구가 다수 이루어졌으나,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정서 ‧ 행동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연구문제1>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의 정서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문제2>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의 행동문제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 법
충청남도 C시에 소재한 공립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는 인근 중학교 1, 2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YSR 학생평가와 지역아동센터 교사회의에서 여학생 가운데 집단상담이 필요해 보이는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학생 중 2명의 학생은 중도에 퇴소를 하였고 2명의 학생은 잦은 결석과 사후검사 미실시로 통계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최종적으로 대상군은 8명의 여학생으로 실시하였으며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모래놀이 집단상담은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12주 동안 총 10회기 실시하였다. 운영은 주 1회, 회기 당 50분으로 구성되었고, 3~4명을 한 그룹으로 나누어 총 3개 그룹이 정해진 요일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였다. 한 그룹이 3~4명으로 각자의 상자를 꾸몄고 상자에 대한 감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1개의 집단에 1인의 상담자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Baseline 평가, 모래놀이 집단상담 10회기, 사후 평가로 총 12회기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하고 정서·행동문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단일집단 사전-사후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하였고, 연구의 설계는 표 2와 같다.
프로그램 구성은 곽현정(2017)의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지역아동센터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여 사용하였다. 프로그램 내용은 표 3과 같고 회기별 진행과정은 표 4와 같다.
한국판 청소년 행동평가척도 자기보고용(Korean Youth Self Report: K-YSR). Achenbach와 Edelbrock은 1983년 아동,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YSR을 개발하였다. 국내에서는 1998년에 하은혜, 이수정, 오경자, 홍강의가 K-YSR을 표준화시켰다. K-YSR은 총 119문항이며 3점 Likert 척도로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문제행동증후군 척도는 증후군 소척도 8개와 기타문제와 하위척도의 합으로 구성된 상위척도인 내재화, 외현화, 총 문제행동 점수(문제행동총점)로 구성되어있다. 신뢰도는 Cronbach's α = .954로 측정되었으며 본 연구에서 신뢰도(Cronbach's α)는 .944로 측정되었다.
결 과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wilcoxon's signed-ranks test를 실시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K-YSR의 상위척도인 문제행동총점, 내재화, 외현화를 분석한 결과, 문제행동총점은 평균점수가 53.38에서 42.88로 감소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z = -2.366, p = .018). 내재화는 평균점수가 50.50에서 43.63으로 감소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z = -2.103, p = .035), 외현화 역시 평균점수가 54.50에서 44.13으로 감소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z = -2.371, p = .018). 마지막으로, 사고 문제도 평균점수가 60.75에서 52.75로 감소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z = -2.226, p = .026).
논 의
본 연구에서는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하여 정서·행동문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정서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내재화 문제의 평균 점수는 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한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곽현정(2017)이 초등학교 4~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학교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하여 정서와 행동에 임상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것과 일치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의 정서적, 심리적 감정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시기에 손을 이용한 모래놀이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억압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받아서 완화시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뀌는데 도움을 준 것이 청소년의 정서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내재화의 하위척도인 불안/우울(z = -.535, p > .05)과 위축/우울(z = -1.826, p > .05)은 평균점수가 사후에 다소 감소하긴 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주(2006)는 아동의 경우 자신의 기분이 우울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문제로 나타내므로, 행동기 전에 우울감정이 내재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자기보고에서 우울과 불안이 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둘째,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행동문제를 감소시키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행동총점은 모래놀이 집단상담을 실시한 이후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며, 외현화 역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로, 양예슬(2013)은 모래놀이상담이 농촌조손가정 아동의 내재화, 외현화, 주의집중력, 사고 문제 등이 행동문제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외현화의 하위척도인 규칙위반(z = -1.826, p > .05)과 공격행동(z = -1.633, p > .05)은 평균점수의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났다. 이는 집단상담에 참여한 청소년 개인의 성향과 가정적 요인 및 기타 외부요인을 파악하지 않고 실시한 집단상담이고 단회기로 청소년의 행동변화를 기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충청남도 C시에 소재한 1곳의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총 8명의 소 표본수로 진행했기 때문에 다소 일반화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둘째, 청소년에 대한 추후 검사를 하지 않아 긍정적인 행동변화의 지속성에 대한 결과가 부족했다. 셋째,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양적 분석으로 평가했고, 질적 분석은 실시하지 못했다. 질적 분석을 함께 실시하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효과검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넷째, 회기가 짧았기 때문에 외현화의 하위척도에서 유의한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모래놀이 집단상담이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의 정서행동문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검증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미술, 독서 등의 매체를 활용한 집단상담 선행연구들은 다수 존재하지만, 모래놀이 집단상담은 미비하다는 점에서 모래놀이 집단상담의 효과를 검증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