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령기 아동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환경으로, 학교에서의 적응은 아동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삶의 요소이다(Cowen et al., 1973). 아동은 학교에서 학업과 함께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터득하게 되고, 대인관계 형성 및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회적 상호작용기술을 습득하게 된다(박명선, 2011).
특히 초등학교는 아동이 사회로 나와 처음 접하게 되는 사회집단으로, 초등학교에서의 적응은 개인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쳐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연결되므로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이새미, 2015). 그러나 아동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학교, 가정, 사회에서 아동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기준들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쉽다(신혜림, 2009). 또한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 왕따, 따돌림,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와 가정해체의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은 아동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는 분노, 과잉행동, 파괴적 행동 등의 문제행동과 우울, 불안, 성격장애, 학습 장애 등 다양한 정서, 행동문제를 나타내게 된다(김도연, 2011).
학교부적응은 개인의 욕구가 학교 내 환경과의 관계에서 수용 ‧ 충족되지 못함으로 인해 갈등과 부적절한 행동과 같은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이경화, 손원경, 2005). 학교 부적응은 기본적으로 수업 태도 불량, 성적 저하, 교우관계의 어려움,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나타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 무단결석, 학교폭력, 각종 비행과 범죄행위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정영숙, 2014). 최근 학교부적응을 겪는 학생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정영숙, 2014), 주목할 점은 초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교육통계서비스, 2020).
학교에서 부적응을 겪게 되면 교사와의 관계, 또래와의 관계, 학업 성취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보이며 불안과 열등감 등 부정적인 정서를 갖게 된다(이새미, 2015). 또한 학교에서 일으키는 부적응 행동들로 인해 지속적인 갈등이 일어나 좌절감이 더욱 깊어지는 등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황유경, 2003). 학교 부적응을 겪게 되면 아동은 불안, 절망, 소외감과 함께 자신감이 결여되기 쉽고, 정서적인 문제나 적대감, 공포감, 실패감이 누적되어 또 다른 부적응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김동배, 권중돈, 1998). 이러한 과정은 아동의 자아개념과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경화, 손원경, 2005).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학교부적응 학생은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학업성적이 저하되어 좌절감이 누적되고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무단결석, 가출, 흡연, 폭력 등의 비행과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거나 사회적 고립, 우울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하기도 하며 학교를 중도 탈락하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이혜영, 이정화, 김미숙, 장가람, 김재경, 2013).
이러한 학교부적응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요인과 가정, 학교, 지역사회, 환경의 문제 등의 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김정순, 2006: 신혜림, 2009).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적 요인으로는 신체적 특성, 유전적 특성, 성격 특성을 들 수 있고(선미숙, 2017), 환경적 요인으로는 결손, 불화, 빈곤, 자녀의 양육방식 등의 가정요인과 낮은 성취도, 학습 무능력, 또래 및 교사와의 갈등 등의 학교 관련 요인, 사회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다(김승오, 2016). 특히 개인적 요인에서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 자아개념, 효능감 등 긍정적인 심리적 측면의 심리적 특성과 우울, 불안, 공격성, 충동성, 비행행동, 문제행동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의 심리적 특성은 학교부적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선미숙, 2017).
선행연구에 의하면 학교생활부적응 관련 변인에서 심리정서상태가 학교생활 적응에 가장 영향 있는 변인으로 나타났고(양연숙, 2006),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부적응이나, 품행장애와 같은 행동문제를 지니고 있는 경우 학교부적응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이경아, 정현희, 1999). 이정윤과 이경아(2004)의 연구에서도 학교 적응을 잘 하는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자기존중감과 사회성 기술이 높았고, 내면화 및 외현화 문제가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심리정서상태가 안정적일 때 학교적응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교부적응이 나타나는 초등학교 시기부터(이경화, 손원경, 2005), 아동의 심리정서적 안녕감을 제공하여 학교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중, 고등학교에서의 학교부적응을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다양한 치료적 개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그 기법 중 하나로 모래놀이치료가 있다.
모래놀이치료는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을 제공하여 아동의 문제를 상자에 표현함으로써 갈등과 외상을 안전하게 표현하게 한다(Kalff, 1991). 아동은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표현할 기회를 얻으며(Pearson & Wilson, 2001), 자기 치유력을 최대화하고 자신을 통합해간다(정진호, 2012). Goss와 Campbell(2004)은 모래놀이치료에서 모래가 갖는 촉감과 모래상자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경계가 주의력 결핍 아동의 산만함을 최소화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고 했고, 채영미(2013)은 비언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래놀이치료가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여 조손가정 아동의 불안과 또래관계를 증진시킨다고 하였다. 곽희은(2019)은 모래놀이치료에서의 보호받고 수용되는 경험이 학령기 입양아동의 외현화 행동문제를 감소시킨다고 하였고, 주지혜(2019)도 모래놀이치료가 입양아동의 우울, 불안, 신체증상과 같은 내재화 행동문제를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모래놀이치료가 아동의 정서문제와 문제행동 조절에 효과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정진호, 2012). 하지만 학교부적응 아동의 정서, 행동문제와 관련한 연구는 집단모래놀이치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모래놀이치료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모래놀이치료가 학교부적응 초등학생의 정서 및 행동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1> 모래놀이치료는 학교부적응 초 등학생의 정서문제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2> 모래놀이치료는 학교부적응 초 등학생의 행동문제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가
방 법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A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초등학교 4-6학년 중 정서‧행동문제로 학교부적응을 겪고 있는 학생으로 담임교사가 AML 체크리스트(학교부적응 조기발견 체크리스트)를 실시하여 3개 항목 이상 체크된 학생을 1차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중 연구 참여를 희망하고, 본인 및 보호자가 동의한 학생 20명을 최종적으로 선정하여 개별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했다. 모래놀이치료는 주 1회, 회기당 40분씩 총 10회기 실시했다.
본 연구에서는 모래놀이치료가 학교부적응 초등학생의 정서 및 행동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단일집단 사전사후 검사설계(one-group pretest-posttest design)로 구성했다.
담임교사용 학교부적응 조기발견 체크리스트(Aggressive-outgoing, Moody-internalized and Learning disability: AML). 연구대상자 선정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 교육부에서 개발하고, Cowen 등(1973)이 타당화한 AML 체크리스트를 사용했다. 이 척도는 "aggressive-outgoing" 5문항, "moody-internalized" 5문항, "learning disability" 1문항 등 총 11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또는 전혀(1점)’에서 ‘항상(5점)’까지 likert 5점 척도로 구성되었고 행동의 발생 빈도를 평가한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학교부적응 증후를 포함하기 위해 ‘예’, ‘아니오’ 방식으로 수정하여 3개 항목 이상 체크된 학생을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한국판 청소년 행동평가척도 자기보고용(Korean Youth Self Report: K-YSR). Achenbach(1991)가 개발한 한국판 청소년 행동평가척도 자기보고용(K-YSR)을 하은혜, 이수정, 오경자, 홍강의(1998)가 번안하여 표준화한 것을 사용하였다. K-YSR은 크게 사회능력 척도와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로 구성되어 있고,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는 8개 증후군 소척도와 기타문제 척도, 상위척도인 문제행동총점, 내재화, 외현화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DSM 진단척도(6개), 문제행동특수척도(2개), 적응척도(2개), 긍정자원 척도 등 총 119개 문항으로 3점 Likert 척도로 평가한다. 본 연구에서는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만을 사용하였다. 점수가 낮을수록 정서행동문제가 적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측정된 신뢰도는(Cronbach´s α) .93이었다.
결 과
모래놀이치료가 학교부적응 초등학생의 정서 및 행동문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paired t-test를 실시했고, 결과는 표 2와 같다. 분석 결과, 상위척도인 문제행동 총점[t(19) = 4.350, p < .001], 내재화[t(19) = 3.582, p = .002], 외현화[t(19) = 2.665, p = .01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증후군 소척도에서는 불안/우울[t(19) = 3.409, p = .003], 사회적미성숙[t(19) = 4.467, p < .001], 사고문제[t(19) = 3.396, p = .003]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위축/우울[t(19) = 2.065, p = .053], 신체증상[t(19) = 2.041, p = .055], 주의집중문제[t(19) = 1.297, p = .210], 규칙위반[t(19) = 1.130, p = .208], 공격행동[t(19) = 2.048, p = .055], 기타문제[t(19) = .354, p = .727]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구분 | 하위척도 | Cohen's d |
---|---|---|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 | 문제행동 총점 | 0.670 |
내재화 | 0.618 | |
외현화 | 0.483 | |
증후군 소척도 | 불안/우울 | 0.713 |
위축/우울 | 0.346 | |
신체증상 | 0.355 | |
사회적미성숙 | 0.703 | |
사고문제 | 0.665 | |
주의집중문제 | 0.370 | |
규칙위반 | 0.297 | |
공격행동 | 0.356 | |
기타문제 | 0.062 |
논 의
본 연구에서는 학교부적응을 겪고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하여 정서 및 행동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놀이치료는 학교부적응 초등학생의 정서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놀이치료 10회기 실시 후 내재화, 불안/우울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중간크기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로, 주지혜(2019)는 입양아동 30명을 대상으로 12회기 개별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하여 불안/우울, 위축/우울, 신체적증상, 내재화문제 총점에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하였다. 개별모래놀이치료는 아니지만, Flahive와 Ray(2007)도 품행문제가 있는 28명의 아동에게 10주간의 집단으로 모래놀이상담을 실시하여 신체화, 위축, 우울, 근심과 같은 내재화 문제에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하였다. Yeh, Aslan, Mendoza와 Tsukamoto(2015)도 초등학생 32명을 대상으로 32주간의 집단모래놀이를 실시한 결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국내에서도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13명을 대상으로 집단모래놀이를 시행하여 초등학생의 자존감이 향상되고 우울증 증상이 감소 되었다고 보고한 연구와 만 7∼8세 아동 6명을 실험집단과 통제 집단으로 각 3명씩 나누어 모래놀이를 실시하여 자기표현이 증진되고, 내재화 문제행동과 내재화 문제행동의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다(곽현정, 2017; 김진아, 김현주, 2018).
이러한 결과는 모래놀이치료가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억압되었던 내면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출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 것으로 보여진다(Kalff, 1991). 또한 모래와 소품을 활용한 창조적인 놀이과정이 자신의 정서문제와 관련된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건강하게 재정리 할 수 있도록 돕고, 치유를 촉진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진다(김진안, 2012).
둘째, 모래놀이치료는 학교부적응 초등학생의 행동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놀이치료 10회기 실시 후 문제행동총점, 내재화, 외현화, 사회적 미성숙, 사고문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효과크기도 문제행동총점, 내재화, 사회적 미성숙, 사고문제에서 중간 크기를, 외현화에서 작은 크기의 효과를 보였다. 이는 모래놀이치료 실시 후에 문제행동이 감소하였다는 선행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한다(곽현정, 2017; 김진아, 김현주, 2018; 안운경, 2017; 양예슬, 2014; 이명복, 김은정, 2020; 이여름, 2016; 전재륵, 2012). 학령기 입양아동 15명을 대상으로 개별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한 곽희은(2019)의 연구에서도 공격행동, 규칙위반, 외현화 총점 등 학령기 입양아동의 외현화 행동에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문제행동으로 표현했던 초등학생에게 모래놀이치료가 신체와 정신을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하면서 손으로 모래를 만지고 소품으로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조관희, 2016),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에서 즐겁고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여 정서적 환기를 돕고, 문제해결 방법을 탐색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어려움을 행동화하지 않고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적성숙, 자기 통제력이 향상된 결과로 사료된다(김진안, 2015).
이를 종합하여 볼 때 모래놀이치료는 학교부적응을 겪고 있는 초등학생의 정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행동문제를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모래놀이치료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다양한 정서, 행동문제를 보이는 초등학생에게 즐겁고 자유로운 창조적인 놀이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안정 및 행동문제 감소, 나아가 학교적응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인 치료기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정서·행동문제를 보이는 아동들로 인하여 담임, 상담교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데,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업무 소진 감소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산지역의 1개교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였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둘째, 효과검증에 있어서 사전, 사후 평가만 진행되었고, 추후 처치 효과에 대한 지속성을 밝히지 못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모래놀이치료 효과의 지속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모래놀이치료의 효과를 측정함에 있어서 정서, 행동문제에 대한 효과만을 측정하였고, 학교부적응과 관련된 효과측정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교사용 AML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였으나, 약식으로 사용하여 효과를 검증할 수 없었다. 후속 연구에서는 정서 및 행동문제 변화와 함께 학교부적응과 관련된 효과검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모래놀이치료가 학교부적응을 겪고 있는 초등학생의 정서 및 행동문제 감소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학교기반 정신건강 예방의 치료적 도구로서의 모래놀이치료 가치를 검증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